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 대표 흔들기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선언한 이후 29일 당이 내홍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건강 악화로 입원했던 장 대표는 지난 24일 퇴원하자마자 자신이 임기를 완주하는 것이 당 체질을 바꿔 보수를 재건하는 길이라면서 반(反)장동혁 진영에 대한 징계를 시사했다.
그러나 비당권파는 물론 구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도 장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 상태라는 데 공감하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분위기다.
당권파 신동욱 최고위원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회의가 상시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갈등을 지켜보던 정점식 원내대표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하자 "가끔은 침묵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더 큰 무기가 될 수 있음에도 이 자리가 특정인을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의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최고위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하든,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중 사퇴할 사람은 이 자리에서 사퇴하시라"고 말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밝혔다.
이처럼 최고위를 열 때마다 장 대표 거취를 두고 충돌이 벌어지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점차 '암묵적 무대응' 기류가 퍼지는 양상이다.
개혁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는 전날 입장문에서 "더는 국민의힘을 장 대표 개인의 '사당'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예정된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지는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장 대표 사퇴 필요성에 대해 구주류 친윤, 영남 중진 의원들까지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판단 아래, 실제 윤리위 징계 조치가 현실화했을 경우 대응에 나서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모임 소속 한 의원은 연합뉴스에 "의원들이 너무 황당해한다. 장 대표가 병원 다녀와서 왜 더 이상해졌느냐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장 대표의 말은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 반박하고 싶지도,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지방선거 국면에서 중단됐던 윤리위가 내달 초 재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사무처 관계자들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윤리위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 징계 내전이 본격화하면 올해 초 배현진 의원,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법원에 당의 징계 효력을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쳇바퀴처럼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당 조직부총장인 강명구 의원이 당직자와 텔레그램으로 징계 대상자 관련 논의를 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대화에 실명이 거론된 친한(친한동훈)계 진종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판단하셨을 것"이라며 "권력의 야욕에 의해 당의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야말로 보수 재건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여당 전당대회의 갈등을 주시하고 반도체 등 현안에 대응해야 할 시국에 당 대표 문제와 집안싸움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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