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만에 부활한 태교 전문서 ‘태교신기’

충북 청주 출신 사주당 이씨 저서, 역주서로 발간
2026년 하반기 초정 ‘태교랜드’ 개관과 맞물려 관심

충북 청주 출신의 조선 후기 여성 성리학자 사주당 이씨가 저술한 태교 전문서 ‘태교신기’가 2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어로 부활했다.

 

김진식 충북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는 ‘태교신기’의 한문 원문과 다양한 언해본(한글 번역본)을 종합적으로 대조·검토해 번역한 역주서 ‘태교신기·태교신기언해 역주’를 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총 760쪽으로 방대한 주석을 더한 본격적인 역주서로 꼽힌다.

태교신기·태교신기언해 역주. 김진식 교수 측 제공

특히 이 역주서는 그동안 학계에서 각각 단편적으로 다루어지던 자료들을 하나의 체계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해석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평생을 국어사와 고전 문헌 연구에 바쳐온 김 교수는 지난해 『역주 소학집주·번역소학·소학언해』 전 4권(총 2,564쪽)을 간행한 바 있다.

 

사주당 이씨는 영조 15년(1739년) 충청도 청주목 서면 지동촌(현 청주시 흥덕구 지동동)에서 태어나 향촌 사족 사회의 성리학적 전통 속에서 성장한 지식인으로 전해진다. 그는 태교를 단순한 임신 중의 행동 규범이나 건강관리 차원이 아니라 인간 형성의 출발점이자 교육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문제로 깊이 있게 고찰했다.

 

‘태교신기’는 인간의 형성이 태중에서부터 시작되며 어머니의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가 태아의 기질 및 인격 형성의 바탕이 된다고 역설한다. 행동의 금기나 예절에만 치우치던 중국의 전통 태교론과 달리 마음의 ‘경’과 수양에 근본을 둔 것은 성리학적 심성론을 바탕으로 한 사주당 이씨만의 독창적인 관점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역주서에서 ‘수고본(손으로 쓴 책)’과 ‘석인본(돌에 새겨 찍은 책)’에 전하는 한문 원문을 비롯해 사주당 이씨의 아들이자 조선 최고의 언어학자인 유희의 언해문, 사주당의 저술로 추정되는 ‘유기선본’ 언해문까지 꼼꼼히 대조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절별로 원문과 한글 번역, 현대어 풀이, 상세한 주석을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김진식 충북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김진식 교수 측 제공

이번 역주서 출간은 청주시가 추진 중인 역사·문화 브랜드 정립 사업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시는 사주당 이씨의 업적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임산부와 가족들을 위한 문화·체험 공간인 ‘태교랜드(가칭)’를 조성 중이다. 태교랜드가 들어서는 내수읍 초정리 일대는 1444년 세종대왕이 120일간 머물며 안질을 치료하고 훈민정음 창제 마무리 작업을 이어갔던 ‘초정 행궁’ 인근이다.

 

김 교수는 “‘태교신기’는 인간은 언제부터 형성되는가,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되는가를 탐구한 철학서”라며 “이번 역주서를 통해 사주당 이씨의 사상과 조선 후기 여성 지식인의 학문 세계가 널리 알려지고 고전이 담고 있는 생명과 교육의 통찰이 독자들과 연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