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AI시대, 묻는 능력이 실력이다

인터넷이 없던 어린 시절엔 궁금한 것을 알아보려면 백과사전을 뒤져야 했다. 집집마다 어떤 종류이건 사전이 있던 시기였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식의 창고가 웹사이트로 바뀌었다. 검색창이 있는 포털사이트가 중요해졌다. 다만 검색 결과가 너무 많아 그 가운데 양질의 정보를 골라내는 것이 필수가 됐다.

그런데 한 세대가 지나니 지식 창고가 포털사이트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SNS가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더 잘 맞는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란다. 검색 엔진의 방대한 정보량을 개인화해 준다고나 할까. 여기서 더 나아가 새로운 검색 도구로 유튜브가 자리 잡았다. 글로 된 설명보다 영상 후기, 짧은 리뷰, 실제 사용자의 경험담이 더 빠르고 생생한 정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으로 검색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수많은 링크를 뒤지는 대신, 질문을 던지면 AI가 문장으로 정리된 답을 내놓는다. 복잡한 자료도 요약해 주고, 낯선 개념도 풀어 준다. 검색의 방식은 ‘찾기’에서 ‘묻기’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정보가 과연 정확한가’라는 의문이다. 포털 시대에도 블로그 후기가 진짜 경험인지, 협찬인지 따져야 했다. 구글 검색에서도 상위 노출된 결과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었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조회수와 자극성이 진실을 압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AI 시대에 이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AI의 답변이 너무 그럴듯해 사용자가 오류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정보를 의심하고, 비교하고, 맥락 속에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떠오른다. 가령 ‘좋은 대학 가는 법’이라는 추상적 질문보다 ‘수학 성적은 좋지만 독해력이 약한 학생이 1년 동안 입시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학습 전략이 필요한가’라고 물어야 도움이 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지식 위에서 만들어진다. 아무것도 모르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기 어렵다. 반대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은 핵심을 짚어 묻는다. 결국 질문하는 능력은 생각하는 능력이고, 생각하는 능력은 공부와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다.

요즘 주변에서 “AI가 다 알려 주는데 왜 공부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청소년들을 많이 본다.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더 중요해졌다.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남들이 던지지 못한 질문을 던지려면 문제를 바라보는 자기 관점이 필요하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AI는 편리한 요약기일 수 있지만,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 AI는 강력한 확장 도구가 된다. 젊은 세대가 이 점을 더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AI가 공부를 대신해 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색 능력이 실력이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질문 능력이 실력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만드는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책을 읽고, 수업을 듣고, 토론하고, 실패한 답을 고쳐 보며 쌓은 지식의 토대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검색의 도구는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이여, 독서하고 사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