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은 김대중 지지자를 중심으로 노무현정부 초기 개혁 세력이 가세하면서 뼈대가 세워졌다. 개혁파는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김대중시대의 구주류와 선을 긋고, 진보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노조까지 가세한 개혁 동맹은 문재인시대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재명정부 들어 개혁 연합이 균열 조짐을 보인다. 2024년 총선에서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대거 낙천된 ‘비명횡사’ 공천으로 ‘뉴이재명’ 세력이 유입되면서, 이제는 친노·친문은 구주류가 됐다. 여당의 8·17 전당대회에서 두 세력이 맞붙는다. 친노(친노무현)·친문 대(對) 친명(친이재명)·‘뉴이재명’의 대결 구도다. 각각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총리가 두 진영의 대표 선수로 나섰다. 김 총리는 김대중이 발탁했고, 정 전 대표는 노무현 키즈다.
이번 전대는 ‘개혁’ 대 ‘실용’의 정체성·노선 투쟁이기도 하다. ‘실용’을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 확장 구상은 김대중의 ‘상인의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 언급을 떠올리게 한다. 김 총리도 같은 생각이다. 김 총리는 미국 정치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집권으로 보수 우위로 바뀐 상황에서 진보 성향의 미국 민주당이 중도 노선인 ‘뉴 민주당’ 기치로 빌 클린턴 정부를 탄생시킨 일화를 거론하며, “이제는 우리도 ‘뉴 민주당’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하곤 한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박태준 자민련 총재권한대행과 함께 ‘김대중·김종필 진보·보수 연정(聯政)’을 탄생시킨 경험도 있다. 노무현·문재인보다는 김대중에 가깝다. 김 총리는 정치 노선에서도 친노·친문인 정 전 대표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 대통령이 야당 출신 인사를 잇달아 발탁하는 것은 김 총리의 노선과 다르지 않다. 그러자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노 핵심 유시민 작가나 유튜버 김어준 등이 이 대통령 노선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유 작가는 ‘ABC론’으로 가치를 지향하는 A 집단과 달리 ‘뉴이재명’ 세력은 이익을 추구하는 C 집단이라고 비판하더니, 지난주에는 ‘증축론’으로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눴다. 민주당이란 건물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지지층 위에 한 층 더 올려달라고 했는데, ‘세입자’인 이 대통령이 ‘건물주(지지층)’ 동의도 없이 다 허물고 재건축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의 입을 빌려 “증축, 재건축 외에 재개발도 있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