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2017년 5월 청와대 주인이 되고 나서 꼭 1년 만에 이뤄진 첫 방일이었다. 문 대통령보다 3살 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찬 때 한국어로 ‘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드립니다’라고 적힌 딸기 케이크를 깜짝 선물했다.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가 안 좋아 단 것을 잘 못 먹습니다.” 너무나 직설적인 거부 의사였다. 문 대통령이 나쁜 치아 탓에 오랫동안 고생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더라도 외국 정상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거절하는 게 최선이었을까. 대한민국 외교를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이가 안 좋지만 이 케이크만은 감사의 뜻으로 다 먹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문재인정부 5년을 거치며 한·일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다. 2022년 5월 문 대통령 후임으로 권좌에 앉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에 전력을 기울였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등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인 우리가 양보하더라도 일본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2023년 3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도쿄 시내 중심가 긴자(銀座)의 한 경양식집에서 오므라이스 만찬을 즐겼다. 어린 시절 일본에서 유학하던 선친(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을 따라 3년가량 도쿄에서 생활한 윤 대통령은 일본 음식, 특히 오므라이스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이 이듬해 파면되고 현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뒤 한동안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 정계의 시선에는 경각심이 넘쳐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시절의 대일 유화 정책을 폐기하고 문재인정부 때의 대일 강경 노선으로 회귀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친일이냐 반일이냐 하는 양자택일 방식이 아니라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6월 취임 후 현재까지 한국의 대일 외교 정책은 이 같은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현 일본 총리 또한 한·일 관계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듯한 모습이다.
일본 여당 자민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이 27, 28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갔다. 이 기간 그는 외국 국방장관으로는 최초로 한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방문했다. 서울에서 블랙이글스가 주둔한 강원 원주 공군기지까지 이동하며 고이즈미 방위상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전용 헬기를 이용했다. 그는 나중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국방장관은 전용 헬기를 두 대 보유하고 있다”며 “오늘(27일) 안 장관이 그 헬기를 준비해 주셨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28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는 두 나라 국기를 형상화한 마카롱이 간식으로 제공됐다. 한국이 고이즈미 방위상을 제대로 후하게 대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