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 졸업장·도민증… 60년 현대사 오롯이

전주시, 기록물 공모 수상작 공개

박종탁씨 가족 생활사 자료 등
지역의 역사 기록 생생히 담겨
옛 덕진공원 단오절 풍경도 눈길

“언젠가는 누군가 필요로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북 전주시민기록관으로 향한 낡은 상자 속에는 한 가족의 60년 세월이 차곡차곡 접혀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졸업장과 성적표, 손때가 묻은 통지표, 군 복무를 마치고 받은 전역증, 오래전 발급된 도민증까지…. 누군가에게는 다락방 한구석의 오래된 종이였지만, 지역에서는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됐다.

제15회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에서 최우수 기록물로 선정된 박종탁씨의 아버지와 8남매의 상장, 성적표, 졸업장, 표창장, 앨범, 병역 수첩 등 가족 생활사 자료. 전주시 제공

전주시가 올해 제15회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에서 최우수 기록물로 선정한 박종탁씨의 가족 생활사 자료는 그렇게 시작됐다. 104점의 생활사 자료에는 옹기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와 8남매가 받았던 상장, 성적표, 졸업장, 표창장, 앨범, 병역 수첩 등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한 평범한 가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31년 발급된 전주제이공립보통학교 졸업증서다. 일제강점기 교육 현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문서는 한 소년의 졸업장을 넘어 당시 지역사회의 교육 환경과 시대 분위기를 보여준다. 1954년 발급된 전라북도민증은 전쟁 직후의 생활상을 전하고 1962년 국제자동차 운전면허증은 산업화와 이동의 시대를 상징한다. 1980년 전역증서와 병역 수첩은 또 다른 세대의 청춘과 국가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한 가족의 성장 과정이 곧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기록물 수집 공모 심사위원들은 박씨 가족 제출 자료에 대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었지만 그 기록들이 쌓이면서 도시의 역사와 시대의 풍경이 됐다”며 “버리지 못한 오래된 종이와 빛바랜 사진 한 장 속에 남겨진 기억들이 어떻게 지역의 역사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모두 34건 378점의 기록물이 접수됐다. 그중 가장 시선을 붙든 것은 사라진 전주의 풍경이었다. 1950년대 덕진공원의 단오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과 포도밭이 펼쳐졌던 1967년 인후동 과수원 모습, 철길과 기자촌이 남아 있던 1976년 덕진공원 인근의 풍경, 1970년대 삼남여객 버스 사진 등은 지금의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