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녀 돌볼 지원사 없어… 부모들 ‘엇나간 품앗이’ [심층기획-죽어야 끝나는 돌봄]

“서로 돌봐줘” 거짓신고 ‘교차수급’
가족급여 수당보다 50% 더 높아
비경제활동 부모 ‘부정수급’ 횡행

성인 발달장애 자녀를 둔 A씨는 수년째 또 다른 부모 B씨와 ‘위험한 품앗이’를 이어오고 있다. 서로의 자녀를 돌보겠다고 신청한 뒤, 실제로는 각자 자기 아이를 돌보고 정부로부터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타내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불법인 ‘교차 수급’이지만,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들의 폭력성과 돌발 행동이 심해 활동지원사 매칭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를 직접 돌보며 급여를 받는 ‘가족 급여’ 제도가 있지만, 일반 수당의 50%만 지급돼 직장까지 포기하고 온종일 돌봄에 매달려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2025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부정수급 의심 사례는 총 242건, 346억3700만원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29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부정수급 의심 사례는 총 242건, 346억3700만원에 달했다. 부정수급은 대개 서로의 자녀를 교차 돌봄했다고 속이는 ‘교차 수급’과 서비스 제공 시간을 부풀리는 ‘허위 시간 기재’로 나뉜다. 적발 시에는 부당 지급 급여 전액 환수, 활동지원사 자격 제재, 장애인 수급 지원 최대 1년 제한 등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

현장의 비극을 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무조건 처벌만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돌봄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도리어 기피 대상이 되는 모순적 현실을 알고 있어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는 “저희가 조사 확인서를 작성할 때 당사자들에게 ‘매칭 시도 노력 여부’, ‘서비스 이용자의 장애 정도’ 등을 묻고 정상참작 사유가 있으면 최대한 적어서 처벌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로 넘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최중증 장애인을 돌볼 때 수당을 더 주는 ‘가산 급여’ 제도를 강화하고 활동지원 시간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이 사업의 취지는 국가가 돌본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현금성 지원이 되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매칭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