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론’ 이어 ‘노무현 적통’ 논쟁… 與 계파 갈등 점입가경

8월 전대 앞두고 당권투쟁 격화

송영길 “鄭, 盧 장례식도 못 갔다”
‘노무현키즈’ 앞세운 정청래 직격
鄭 “100% 허위… 이렇게까지 하나”

친청계, 보완수사권 폐지 지연에
김민석 총리 책임론으로 견제구

이재명·문재인 7월 1일 靑 오찬 회동
민주당 내분 수습 분수령 주목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적통 논쟁’으로 옮겨붙고 있다. 범여권 논객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재건축론’을 계기로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진 데 이어, 이번에는 누가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온전히 계승해 온 ‘적자’인지를 놓고 당권 주자들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청래 전 대표가 검찰개혁을 고리로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하자, 비당권파는 2007년 대선 당시 정 전 대표의 행적까지 소환하며 맞불을 놨다. 정 전 대표가 자신을 ‘노무현 키즈’로 부각하는 것이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이른바 ‘후단협 전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비당권파도 정 전 대표의 과거 행보를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단순한 과거사 공방을 넘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정통성과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신경전이 격화하는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로 하면서 여권 내부 갈등 관리에도 변수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왼쪽), 정청래 전 대표. 연합뉴스

◆“鄭, 盧 장례식 못 가” VS “허위사실”

민주당 전당대회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송영길 의원은 2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를 겨냥해 “정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등을 져 장례식에 못 갔다”며 “(경쟁주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공격하려고 적통을 따진다면 다른 분은 몰라도 적어도 정 전 대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을 ‘노무현 키즈’라고 규정하고, 여러 차례 검찰개혁안을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린다”며 ‘친노 성향’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당시 친노진영과 불편한 관계였던 정동영 대선 후보를 도운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송 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와 함께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송 의원 주장은 100% 허위사실 유포다.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대선 당시 지지 팬클럽인 노사모에서 활동했었으며, 2009년 5월 24일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 빈소에 방문했었다.

파장이 커지자 송 의원은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을 못 지킨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나도, 김 총리도, 정 전 대표도 반성하면 되지 그걸 갖고 김민석을 공격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비당권파 인사들도 정 전 대표의 ‘적통론’에 견제구를 던졌다. 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만 적통인가. 제가 볼 때 더 적통은 김 총리”라고 말했다. 김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한 점을 부각하며, 민주당의 정통성을 특정 주자가 독점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한 것이다.

친청계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싸고 김 총리에게 검찰개혁 지연 책임을 돌리며 맞불을 놨다.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있어야 완전한 검찰개혁이라는 입장은 정청래 지도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원칙”이라며 “이제 와서 지난 5월에 처리하려고 했지만 당이 거부했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매우 무책임한 말”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안 처리를 5월 당에 제안했다’는 김 총리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김 총리는 전날 “당 지도부에 (안이) 전달된 걸로 안다”며 “이는 여권 내에서 다 아는 제안”이라고 밝혔다.

의원총회 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정청래 전 대표(가운데)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과 악수를 하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李·文 1일 회동… 갈등수위 내려갈까

이 대통령이 다음 달 1일 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기로 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 내부 갈등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민주당 원내대표단과도 만날 예정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필요하다면 민주진영 내에서의 정치적 통합 문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두 분 대통령이 조롱과 멸시를 함께 경험했던 정치인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돼서도, 확대돼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양측 극성 지지층이 ‘문조털래유’, ‘한강새똥돼주길’ 등 표현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문계 인사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유 작가를 겨냥해 “2024년 총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매국노, 유사불량품, 역겹다 등 한 정치인의 과거 말이 회자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유 작가께서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나 잘하라’며 혐오 내용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문조털래유’는 쓰면 안 되고, 매국노·수박 이런 건 해도 되느냐”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당원들 대부분은 혐오의 말로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지금의 상황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