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 포화… 도시 곳곳 약탈 ‘무법지대화’

강진 베네수엘라 ‘대혼란’

사망 1450명·실종 약 5만명 추정
골든타임 지나 생존가능성 희박
美, 기부행렬… 中, 227억 구호물자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강진이 발생한 지 만 4일이 지나면서 피해 현장의 좌절은 커지고 있다. 시신으로 인한 악취는 진동하고 영안실은 포화 상태다. 국민들은 기적의 생환을 바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450명, 부상자는 31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건물 774채가 심하게 손상됐으며, 이 중 189채는 완전히 붕괴됐다. 실종자는 공식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유엔은 약 5만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딘 구조 작업에 절망 멕시코 육군 수색구조대원들이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주도 라과이라에서 강진으로 쓰러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지진 발생 나흘이 지났지만 구조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라과이라=AP연합뉴스

AP통신은 피해가 가장 큰 북부 라과이라주 지역에 국제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작업이 체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까지 각국에서 구조대원 2624명, 수색견 137마리가 파견됐다. 86시간 만에 60대 여성이 구조되는 등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지지만,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사고 후 72시간이 지나면서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황이다. 통신은 부패하는 시신의 악취가 퍼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AFP통신에 “지금 봐서는 시신뿐일 것”이라며 “신의 가호가 있다면 생존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도 카라카스의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라과이라주의 영안실은 완전히 마비돼 주민들이 인근 도시로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은 무법지대화하고 있다. AFP통신은 라과이라주 일부 지역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약국, 슈퍼마켓 등 상점이 약탈당했다고 통신에 전했다. 정부의 구호조치가 미흡했다는 분노도 극에 달해, 한 시민은 군인들에게 “총을 내려놓고 삽과 곡괭이를 들라”고 외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팔콘주 푼토 피조에 위치한 파라과나 석유 정제 단지 내 아무아이 정유 시설. AFP연합뉴스

지진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유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이날 전력 공급이 75%, 식수 공급이 68%, 도로 기반 시설이 90% 복구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 최대 정유 시설인 아무아이 정유공장이 이날 한때 단전으로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부지역의 엘 팔리토 정유공장과 인근의 모론 석유화학 단지도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석유부는 “이번 지진이 원유 생산량이나 수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도 “정유공장 등 관련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할 경우에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의 고통에 온정의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진 생존자들은 피해자를 위한 구호 물품을 나눠 주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도 기부운동이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1억위안(약 227억원) 규모의 긴급 무상 구호물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위성 인터넷 기업 스타링크는 이용 중인 통신사와 관계없이 라과이라주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