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돌봄 부담이 큰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가 몇 해 전 도입됐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돌보는 활동지원사들조차 정부가 통합돌봄 시스템을 더 세밀하게 구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도전행동이 심하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심각한 제약이 있어 개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위해 2024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발달장애인 회피’로 인한 돌봄 공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또 야간, 주말 등 시간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도 목표에 비해 실제 이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시행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는 3년째 목표 정원에 미달하고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는 크게 ‘24시간형’, ‘개별형’, ‘그룹형’으로 구성된다. 개별형과 그룹형은 주간에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룹형은 대상자 선정 기준 점수가 70∼80점, 개별형은 80점 이상으로 최중증 중에서도 가장 심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마련된 24시간형 정원은 340명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실제 이용자 수는 2024년 46명, 지난해 139명, 올해 4월 기준 158명으로 나타났다. 대기자 수는 2024년 83명에서 지난해 61명으로 줄었다. 24시간형 돌봄 인력은 지난해 481명에서 올해 541명으로 늘고 담당 기관도 1곳 증가했지만, 올해 4월 기준 대기 인원은 61명으로 그대로다. 확충된 인력과 기관이 대기자 해소에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다른 유형의 대기도 적체돼 있다.
그룹형(목표 정원 1500명)은 2024년 이용자 수가 283명, 대기자는 274명이었다. 지난해 서비스 이용자 수가 600명이었지만 대기자 수도 38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4월 기준 356명을 넘어섰다. 개별형(목표 정원 500명)은 2024년 이용자 157명, 대기자 94명에서 지난해 이용자 259명, 대기자 수 112명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목표 정원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를 “제공 인력 부족과 기관의 사업 참여 저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돌봄 제도를 구축했지만, 인력이 현장에 배치되지 못하면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은 표류하고 있다. 인력과 기관이 늘어도 대기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진승 우리주간보호 센터장은 “최중증 수당을 월 20만원씩 지원해주면서 보수는 상대적으로 나아졌지만, 최중증을 지원하며 겪는 어려움 때문에 좋은 인력을 구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현장의 부담이 해결돼야 돌봄이 알맞게 제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는 ‘인력난’ 지원인은 ‘기술난’
서울 강동구의 한 장애인 자립 지원 주택에는 중증 지적장애인 성준하(가명·42)씨가 산다. 방 1개, 화장실 1개, 세탁실 1개가 있는 작은 집에서 성씨는 혼자 살고 있다. 성씨의 가족들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여 떨어진 곳에 지내고 있다. 칠순을 넘긴 성씨 부모가 지적장애 동생을 돌보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적 수준이 높은 성씨가 자립했지만, 매 끼니 식사를 준비하고 주간 활동 센터를 찾아가는 길을 동행하며 손발이 되는 건 활동지원사 최모(60)씨다.
최씨는 25년 넘는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됐다.
최씨가 만 3년이 안 되는 기간 지원한 장애인은 5명이다. 장애 유형은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부터 뇌병변까지 총 4개에 달했다. 첫 대상자였던 루게릭 환자는 위루관으로 먹는 식사와 상태를 관리해야 했고, 그 이후엔 초중등 발달장애인의 교육 활동을 지원했다. 와상 장애인 활동보조를 하면서는 하루 8번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혼자 성인을 들다 보니 팔꿈치가 고장 나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다.
최씨는 “장애 유형이 너무 다양한데 지원사들은 현장에서 부딪히며 습득하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은 복지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40시간 의무 교육을 이수하고 현장 실습 10시간을 진행하면 주어진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에 투입되는 인력 역시 별도 자격은 없고,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을 갖춘 이들을 활용하거나 의무교육 30∼40시간을 수료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돌봄을 받는 발달장애인이나 지원인 모두를 위해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소통이 불가한 발달장애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지면 돌발 행동이 일어나고, 이로 인한 사고 위험도 커진다. 최씨는 “초등학교 4학년 자폐 아이가 말을 못해 공격성이 심했다”며 “물고 꼬집고 손톱으로 피부를 상하게 해 여기저기 피투성이었다”며 “고속도로 운전 중 중학교 3학년 뇌병변 장애 아동이 차 창문을 부술 듯이 치고 운전석을 발로 차 위험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 직전 활동지원사는 성씨에게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최씨는 “사명감 때문에 맡으려고는 하지만 중증이나 폭력성이 높은 발달장애인들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원인도 장애인도 힘든 악순환”
김수현(46)씨는 아들의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데 1년 넘게 대기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씨 아들은 자폐 2급으로 최중증에 해당한다. 김씨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대소변 처리가 어렵다 보니 센터 20곳을 문의했지만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며 “활동지원사가 고령 여성이 많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려워 공격성으로 드러나는 케이스는 잘 매칭이 안 된다”고 했다. 지원사 수는 늘었지만 내실화가 없으면 돌봄의 구멍은 메워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지원사 15만1871명 중 여성이 86.5%(13만1331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지원사 수는 2021년 11만1466명, 2022년 12만8397명, 2023년 13만3244명, 2024년 14만2424명, 지난해 15만1871명으로 5년 동안 36.3% 증가했다.
지원사가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김씨는 “발달장애는 특히 개개인의 특성이 너무 다르고 최중증은 전문가도 힘들다”며 “적응 기간이 기본 2∼3개월은 필요한데, 간단한 교육 이수를 하고 발달장애인을 만나면 쉽게 그만둔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22세 최중증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임신화씨는 “주간 활동 서비스를 다녀도 오후 4시 이후 야간에는 가족이 돌보거나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돌봄을 해야 한다”며 “지원 시간이 지체장애인에 비해 적고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매칭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임씨는 “발달장애인 특화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필요하다. 시간당 단가를 높여 사회복지계 전문가가 유입되도록 하거나 발달장애인에 맞는 교육을 추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