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반납하라" 야유 속 대표팀 귀국… 홍명보, 굳은 표정으로 침묵

새벽 시간에도 팬·유튜버 등 수백명 몰려 소란…"선수들은 응원" 목소리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축구 대표팀이 팬들의 고성과 항의를 받으며 귀국했다.

월드컵 일정을 마친 축구 대표팀은 몇 개 조로 나눠 순차적으로 귀국길에 올라 30일 오전 홍 감독과 일부 선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가장 먼저 입국했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 등이 탄 비행기가 오전 4시께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1∼2시간 전부터 취재진 외에 팬들의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도착 시간이 가까워지자 모여든 인원은 300여명에 달했다.



개인 유튜버도 다수 현장을 찾아 선수단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현장은 어수선했다.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조별리그 1승 2패(승점 3)로 A조 3위에 그치며 32개국이 겨루는 토너먼트에 들지 못한 채 그대로 돌아왔다.

25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에서 졸전 속에 0-1 패배를 당할 때부터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이후 32강 진출 실패가 확정되자 그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북중미 월드컵 마치고 귀국하는 선수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던 2014년 브라질 대회 때도 열었던 월드컵 대표팀 귀국 행사를 이번엔 별도로 개최하지 않았다.

대표팀 귀국을 앞두고 인터넷상에 홍 감독에 대한 신변 위협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입국 현장엔 100명 넘는 경찰관이 배치되기도 했다.

홍명보 전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전에도 홍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입국장에선 팬들이 '엿'을 던지며 조롱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엿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홍명보 나가", "연봉 반납하라"를 비롯한 고성과 욕설, 북소리가 오가며 줄곧 소란스러웠다. 비행기 도착 소식이 알려진 뒤 기다림이 길어지자 "왜 나오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박항서 국가대표 지원단장, 김승희 협회 전무 등과 함께 홍 감독과 선수들이 입국장에 들어서자 팬들의 고함과 야유는 한층 커졌다.

일각에선 "선수들은 비난하지 말자"며 "파이팅", "수고했어요" 등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고성과 욕설, 격려가 뒤섞인 가운데 홍 감독과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을 빠져나갔고, 팬들은 선수들이 탄 차량과 협회 관계자들이 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고함이나 욕설을 이어갔다.

입국장에서 팬들과 선수단의 동선은 분리된 가운데 사전에 지정된 일부 취재진이 홍 감독의 주변에서 함께 이동하며 '팬들에게 하실 말씀 없나' 등 질문을 건넸으나 홍 감독은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팬은 "홍 감독이 사퇴를 발표하는 멕시코 현지 기자회견에서도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이날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이날 선수단이 공항을 떠난 뒤 미디어 공지를 통해 "귀국 시 공항에서 미디어 활동 없이 스케치만 가능함을 사전에 안내했다"고 전했다.

홍 감독과 선수단이 떠나고서 40여분이 지난 뒤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다른 항공편을 통해 귀국했다.

한 남성이 정 회장 쪽으로 '개껌'으로 알려진 이물질을 던진 것으로도 전해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