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스포츠까지 물들인 혐오… 배재고 스타벅스 응원 논란 일파만파

학원 스포츠 그라운드에서 까지 지역 비하와 혐오의 공간이 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배재고 야구 선수단이 지난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광주일고와 경기에서 단체 율동과 함께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친 것이다. 한 학생은 “탱크데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진행한 이벤트에서 5·18을 희화화한 것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이를 광주 지역 학교를 상대로 응원 구호로 변형해 외친 것이다. 

 

지난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강릉 야구 TV’ 캡처

당시 광주일고 코치진은 이를 제지해달라고 항의했고, 경기 후 배재고 감독과 코치들은 상대 더그아웃을 찾아가 사과했다. 하지만 여파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배제고가 사과문을 올리고 한 선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여론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점은 학원 스포츠 현장에서 지역 비하와 혐오가 침투했다는 점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meme)처럼 소비되는 비하 표현이 10대들의 일상 어휘로 스며들고, 끝내 그라운드에서 ‘응원가’로 둔갑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기보다, 온라인을 떠도는 혐오 코드를 별다른 자각 없이 받아들이고 이를 응원 구호로 변형해 쓴다는 점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 지역 다른 고교를 상대로도 비슷한 의도의 응원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 특히 수도권 팀 선수들이 경상도나 전라도 출신 팀 선수단에 사투리를 써가며 야유하고 조롱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배재고등학교가 지난 29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 앞서 게재됐던 사과문(사진 왼쪽) 우측 하단에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의 워터마크가 보인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사과문은 우측 사진으로 변경됐다. 배재고등학교 공식 홈페이지 캡처

사안이 커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 예정이며, 서울시교육청도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별개로 광주일고 교장은 KBSA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KBSA 관계자는 “현재 스포츠공정위원들을 상대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사안의 파장을 고려했을 때 최대한 빨리 결정 내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7월2일에는 배재고와 순천 효천고의 경기가 잡혀 있지만 이것이 정상적으로 열릴 지도 미지수다. 

 

교육청 조사나 공정위 결과에 따라 배재고 선수들의 진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프로행을 노리는 선수의 경우 신인드래프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는 학교폭력만 드래프토 참가 제한 사유지만 팬 여론에 민감한 프로 구단 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선수를 지명하는 일은 그 자체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