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고품질 전기 안정적 공급 필수적 원전 수명 연장·송전망 등 건설적 대책 논의를
지난 29일 발표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단비 같은 소식이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을 넘어 호남에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향성에 깊이 공감하며, 이 거대한 도약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는 흔히 ‘최고급 스포츠카’에 비유되곤 한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차라도 엔진에 끊임없이 양질의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면 결코 제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없다.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그 핵심 연료는 바로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기’다. 세상에 모든 조건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훌륭한 청사진이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희망찬 미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의 부족한 점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이를 채워나가는 치열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단순한 지적이나 비판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실질적이고 온전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건설적인 에너지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상해야 한다. 물론 글로벌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 출력을 마음대로 조절하기 힘든 ‘경직성’ 그리고 예측이 어려운 ‘변동성’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이는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만 의존해 국가 규모의 대규모 농사를 짓겠다는 것과 같다.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결합은 훌륭한 대안이나, 장마나 폭설을 감안할 때 ESS로만 버티기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든든하게 전력을 공급해 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신설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둘째, 영남권 원전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결할 동서축 송전망 건설과 대국민 설득이다. 경주, 부산, 울산에 밀집한 무탄소 기저 전력을 활용하려면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수적이다. 단, 송전탑 건설은 주민 수용성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는 실무 기관에 미룰 일이 아니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과 진정성 있는 설득 작업이 즉각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호남 지역의 귀중한 기저 전원인 한빛원전의 수명연장과 관련 법 개정이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은 작년에 이미 1호기가 설계수명이 다해 멈춰 섰고, 당장 올해 9월에 2호기가, 2034년과 35년에는 3호기와 4호기가 차례로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제도상 수명연장을 하더라도 ‘가동을 멈춘 날’로부터 10년 동안만 연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철저하게 안전성을 검증받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다시 가동을 멈춰야 하는 현행 제도는 국가 경제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구조다. 원전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든든한 백업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이 10년의 기한을 20년 이상으로 늘리는 법 개정이 수명연장 절차와 함께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광주·전남 권역 내 송전망의 ‘동맥경화’ 해소다. 24시간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대규모 LNG발전소는 주로 여수, 광양 등 전남 남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클러스터가 들어설 북부로 원활히 보내려면 송전망 추가 확충이 필수적이다. 피가 돌지 않으면 장기가 괴사하듯, 송전망 확충 없이는 남부의 풍부한 전력이 북부의 산업 현장으로 흐를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카도 연료가 끊기면 멈춰 선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명차가 제 속도로 달리려면, 안정적인 전력이라는 연료를 끊임없이 공급할 체계를 지금 당장 갖춰야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도약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든든한 주춧돌을 세우는 데 지혜를 모은다면,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힘차게 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