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랩’ 위법 운용 증권사에 최대 70% 배상 결정

금감원, 고객 손실 분쟁 조정
선관주의 의무 위반 첫 인정

금융당국이 고객 자산을 대신 운용해 주는 ‘채권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며 위법 행위로 고객에게 손실을 입힌 증권사에 손해액 일부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한 첫 분쟁조정 사례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A증권사의 ‘채권·기업어음(CP) 고가매수’ 및 단기 자금으로 만기가 긴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미스매칭’ 운용 행위를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신청인 B·C사에 총 16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당국이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불건전 운용에 대해 선관주의 의무 위반을 묻고 배상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뉴시스

이번 분쟁은 2022년 하반기 시중금리 급등으로 채권과 CP 가격이 폭락하면서 채권형 랩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촉발됐다. 채권형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과 일대일 계약을 맺고 여러 자산을 알아서 분산 투자해 수익을 내는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이다. A증권은 다른 고객의 목표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채권을 사들이거나 만기가 맞지 않는 장기 채권을 편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조위는 목표수익률 미달액의 70%까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근 법원 1심 판결을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했다. 만기 시 상환받을 수 있었던 수익 및 원금에서 실제 상환액을 뺀 금액을 손해액으로 규정했다.

이에 800억원을 위탁했다가 일방적인 환매 연기로 피해를 본 B사에는 12억6000만원(배상비율 70%)을 배상하도록 했다. 150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겪은 C사에는 3억9000만원(배상비율 60%)의 배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