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간담 서늘케 한 日… “세계 정상급 가까워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후보 상대로 32강전 석패

핵심전력 부상 이탈 속 대등한 경기
전반 사노 선제골로 기선 제압 불구
후반 실점 이어 극장골로 역전 허용
뒷심 부족에 16강 진출 문턱서 고배
진땀승 브라질, 24년 만의 우승 도전

‘사무라이 재팬’의 칼날을 브라질이 ‘삼바’ 리듬으로 무력하게 만들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 잡은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에 안착했다. 이번 대회 32강 대진이 확정됐을 때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였다. 너무 일찍 강적을 만나는 불운을 맞았다는 것이 하나였다면 일본이 이번 대회 큰일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 다른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3-2로 승리하는 등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24년 만의 세계 정상 탈환을 노리는 브라질이 그렇게 만만한 팀일 리 없었다. 브라질은 3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일본에 2-1로 역전승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이지만 2002년 한일 대회 이후로는 정상에 오르지 못한 브라질은 이로써 16강에 진출해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브라질은 코트디부아르-노르웨이 경기 승자와 7월6일 미국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8강 진출을 다툰다.

환희와 절망 브라질 가브리에우 마르치넬리(가운데)가 3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일본과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추가시간 역전 결승골을 넣고 있다. 휴스턴=UPI연합뉴스

반면 네덜란드, 스웨덴, 튀니지와 묶인 이번 대회 ‘죽음의 조’ F조에서 1승2무로 2위를 차지해 32강에 오른 일본은 강호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뒷심 부족으로 32강에서 대회를 마쳤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이자 통산 다섯 번째로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이번에도 토너먼트 첫 경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일본의 월드컵 최고 성적은 네 차례 달성한 16강(2002, 2010, 2018, 2022년)이다.



전반 29분 일본의 사노 가이슈(마인츠)가 선제골을 터뜨릴 때만 해도 일본의 꿈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5명의 수비수를 일자로 촘촘하게 세운 밀집수비로 브라질의 공세를 받아낸 일본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의 볼을 가로채 사노가 혼자 몰고 간 뒤 페널티아크 앞에서 찬 중거리슛 한방으로 균형을 깼다.

다급해진 브라질은 공세에 나섰다. 전반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가 일본 수비에 고전하자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은 크로스로 공중볼을 노리는 전술로 변화를 꾀했고 이는 결실로 이어졌다. 후반 11분 카제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아스널)의 왼쪽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일본은 잘 버티며 연장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지막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쉬웠다. 추가시간이 흐르던 후반 50분 가브리에우 마르치넬리(아스널)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승부가 갈렸다. 브루누 기마랑이스가 아크 부근에서 내준 공을 후반 21분 교체 투입된 마르치넬리가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이어받아 오른발슛으로 짜릿한 결승 골을 뽑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려 환호하는 브라질 선수들에 대비됐다. 일본은 핵심 공격수인 미나미노 다쿠미와 미토마 가오루, 주장 겸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고 윙어 구보 다케후사는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왼 무릎을 다친 뒤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에 모리야스 감독은 “브라질과의 전력 차는 분명 많이 좁혀졌다”면서 “일본도 확실히 세계 정상급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 이어 2회 연속 일본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모리야스 감독은 이번 대회로 계약이 끝난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