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 간 레전드… 예견된 지도자 부재 [심층기획-한국축구 이대론 안된다]

‘은퇴 → 지도자 코스’ 공식 깨져
경쟁·책임 부담에 방송행 러시
무기력한 경기 뒷짐지고 훈수만
日 스타 출신은 현장서 ‘버팀목’

월드컵 32강 탈락의 충격이 컸지만, 한국 축구의 더 어두운 현실은 따로 있다. ‘실패한 홍명보호’를 대체할 지도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외국인 감독 영입이 무산되자 국내 지도자 가운데서는 홍 감독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결국 ‘그나마’ 최선의 카드로 선택된 홍 감독마저 실패하면서 한국 축구는 차기 대표팀 사령탑 인선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김기동 FC서울 감독과 이정효 광주FC 감독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K리그 성과와 별개로 스타 선수들을 이끌 리더십과 국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박지성(왼쪽), 이영표. 연합뉴스·뉴스1

차세대 지도자 ‘부재’는 예견된 일이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스타 축구인 중에서 꾸준히 현장을 지키며 지도자 경력을 쌓은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는 국가대표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제는 그 공식이 깨졌다. 많은 스타 출신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과 책임이 따르는 지도자보다 높은 수입과 인지도를 기대할 수 있는 방송과 유튜브 등 미디어로 향한다. 그러다 대표팀이 실패할 때면 해설자와 평론가로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지도자 육성과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책임질 인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과 실력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는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나이 든 스타들이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하세베 마코토는 2024년 5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21세이하(U-21)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이어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매치 기간에만 대표팀에서 활동하는 비상근 형태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유럽 진출 선구자인 나카무라 순스케도 코치로 모리야스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박지성과 이영표가 함께 코치로 대표팀에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 출신으로 지난달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요시다 마야는 ‘훈련 파트너’라는 낮은 자리도 마다치 않고 대표팀에 합류해 후배들을 지원했다.

현장에서 함께 책임을 나누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니 여론에 편승하는 목소리로 주목받기만 바라는 한국 스타 축구인들과 크게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