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불이 붙었던 ‘탈모 건강보험 적용’ 논란이 사그라들 전망이다.
다음 달 4일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개최될 예정이던 ‘탈모 치료제 건보 급여 적용’ 주제의 국민 토론회가 29일 전격 취소됐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중증?희귀질환 등 생명이 위급한 질환보다 탈모 지원을 우선하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11일 현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이해 가진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추진계획으로 공론화를 바탕으로 한 탈모 건강보험 적용을 시사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하면서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정책을 철회해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과 함께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박탈감을 일으킨 만큼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혼란의 배경에는 주무부처 수장인 정 장관의 ‘오락가락’ 행보가 있다.
탈모약 건보 적용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검토를 주문했다. 그러나 당시 정 장관은 “(탈모가)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다”며 “건보 재정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보였다. ‘의료인’ 출신인 정 장관에게 건강보험 제도가 사회적 안전망으로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건 그에게도 당연한 원칙일 것이다. 그런데 정 장관은 불과 6개월 남짓 지난 간담회 자리에서 입장이 바뀐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건보 적용을 할 경우 어느 정도 재정이 투입될 건지 내부적으로 실무적인 검토를 마쳤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긍정적인 답이 많이 나왔다며 다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탈모약 급여화를 위한 밑작업까지 완료한 셈인데, 6개월 사이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공론화를 우선한 절차적 문제도 지적받을 대목이다. 탈모 치료제의 건보 적용은 이 대통령이 2022년 제20대 대선후보 때 공약으로 처음 제시하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당시에도 무산됐던 사안이라 이번에는 공론화부터 시작할 것이 아닌 탈모약 급여화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분석이 선행됐어야 할 일이다. 반발과 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논쟁적인 사안을 재차 수면 위로 띄운 이번 판단으로 인해 중증?희귀질환자들은 결국 또다시 상처만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