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판 1만원 훌쩍… 자영업자 ‘곡소리’

두달째 ‘에그플레이션’ 계속

AI 여파에 산란계 감소로 공급난
특란가격 두달새 30% 넘게 급등
김밥·빵집 등 재료비 부담 가중
식당선 “계란 메뉴 없애” 하소연
수입란 확대… 공급 정상화 기대
“이젠 계란 한 번 살 때마다 100만원씩 쓴다니까요.”

 

30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에서 만난 빵집 사장 변모(70)씨는 계란을 살 때만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 최근 치솟은 계란값 탓이다. 빵을 만들기 위해 하루 30개들이 계란 30판을 쓰는데,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으로 계란값이 20% 이상 올랐다. 변씨는 “밀가루, 우유 등 다른 재료비 부담도 커졌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은데 불경기라 매출도 계속 줄어든다”며 “20년 넘게 운영한 가게인데, 이젠 그만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 6월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다음 달 초까지 미국·태국·브라질산 신선란 3139만개 수입에 215억원을, 7월부터 오는 8월까지 신선란 2억개 수입에 997억원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란을 구매하는 모습. 뉴스1

두 달째 ‘금값’을 유지하는 계란 가격에 소상공인·소비자 부담도 장기화하고 있다. 30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주 특란 10구의 평균 소매가는 5147원이었다. 18주차(4월27일∼5월3일) 때 3870원보다 33.0% 뛴 수치다. 일반 식당에서 구매하는 특란 30구 소매가는 1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날 강북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특란 30구 가격은 1등급란 기준 1만1980원, 동물복지 유정란 기준 1만2980원에 달했다.

 

에그플레이션의 주 원인으로 꼽히는 건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다. 당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상반기 중 계란 공급이 급격히 감소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값이 거의 두 배로 뛴 것 같다. 감당이 되질 않아 계란 메뉴를 없앴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이용하는 식자재마트에서 특란 한 판이 9800원 정도까지 오른 지 꽤 됐다. 그마저도 품절될 때가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단골 식당에 갔더니 기존에 주던 서비스 계란 프라이가 사라졌다. 계란값 오른 것이 체감된다”는 게시글도 여럿이다.

비용 절감을 선택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들도 있다.

 

종로구 성균관대 앞에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운영하는 손모(52)씨는 “일주일에 보통 40판을 쓰는 30구 가격이 3000원 가까이 올랐다”면서도 가격을 바꾸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장사하는 입장에선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재료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불경기에 매출은 계속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변씨도 “제빵에는 계란 정량을 지켜야 해 재료비를 절약하기 어렵다”며 “오랫동안 저렴하게 팔아왔던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토스트 매장을 16년째 운영하는 정모씨는 “점주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토스트라 계란을 뺄 수도 없고, 계란 말고 온갖 재료비도 이미 오른 상태다. 옛날보다 매출은 올라도 재료비·수수료 등 비용이 늘어서 마진은 절반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6월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뉴스1

부담은 일반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고단백 식품군 소비량이 많은 헬스족들은 저렴한 공급원이던 계란 가격 상승에 고민이 깊어졌다. 한 누리꾼은 “계란 구매를 진지하게 포기할까 고민”이라며 “석 달 전만 해도 6000원대였던 계란이 1만2000원이 됐다. 단백질 1g당 단가가 66원인데, 돼지 뒷다리살을 할인할 때 사면 단백질 1g당 57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계란 한 판 가격이 닭가슴살 두 배가 됐다”며 “9999원에 파는 것을 보고 바로 냉동 닭가슴살로 선택을 바꿨다”고 했다.

 

정부는 7월부터 계란 가격이 차츰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까지 총 1212억원 예산을 들여 미국·태국·브라질 등에서 신선란 2억3139만개를 수입할 계획이다. 반입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공적 재원을 투입해 시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또 상반기 중 약 512만마리 산란계를 새로 입식했는데, 7월 이들로부터 계란이 생산되기 시작하면 공급량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