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유혹, ‘K-치킨벨트’를 따라 떠나는 미식 여행 [여행+]

수원·인천·대구·속초
사진은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기사를 분석해 생성한 가상 이미지

드라마와 영화를 타고 세계로 뻗어 나간 K-푸드의 최전선에는 늘 ‘치킨’이 있다. 가마솥에서 튀겨낸 고소한 통닭부터 매콤달콤한 닭강정까지, 지역의 문화와 서민의 애환이 담긴 닭 요리 명소를 잇는 ‘K-치킨벨트’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목받고 있다.

 

◆ 왕의 도시 수원…갈비인가 통닭인가

 

1일 대한민국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자리한 수원 팔달문 인근 통닭거리에는 커다란 가마솥에 기름을 끓여 닭을 통째로 튀겨내는 옛 방식의 통닭집이 줄지어 있다.

 

수원시 집계상 이 일대(창룡대로·정조로·팔달문로·수원천로)에 영업신고한 치킨 판매점은 14곳에 이른다.

 

특히 누적 관객 1300만명을 넘긴 영화 ‘극한직업’으로 전국적 신드롬을 일으킨 ‘수원왕갈비통닭’이 이곳의 명물이다.

 

짭조름하고 달콤한 갈비 양념과 바삭한 튀김옷의 조화가 일품이다. 통닭에 곁들여 나오는 닭똥집(모래집) 튀김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더하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정석으로 통한다.

 

저녁 식사 전 수원화성 성곽길을 산책하며 야경을 감상한 뒤 통닭거리로 향하면 알찬 코스가 완성된다.

 

◆ 항구도시 인천…매콤달콤 닭강정의 원조

 

두 번째 ‘K-치킨벨트’는 서해의 관문 인천이다. 개항기의 역사를 간직한 신포국제시장에 들어서면 코끝을 자극하는 매콤달콤한 냄새가 발길을 이끈다.

 

전국 3대 닭강정으로 흔히 꼽히는 ‘신포 닭강정’이다. 일반 양념치킨과 달리 물엿을 듬뿍 넣어 코팅하듯 볶아내 끈적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청양고추가 송송 들어가 달콤함 끝에 기분 좋은 매콤함이 따라온다.

 

인근 차이나타운·개항장 거리를 묶어 근대 역사 투어를 즐긴 뒤 시장에서 닭강정을 넉넉히 포장해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 치맥의 성지 대구…프랜차이즈의 요람

 

K-치킨벨트의 심장부는 단연 대구다. 교촌·멕시카나·펠리카나 등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상당수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마다 열리는 ‘대구 치맥 페스티벌’은 2013년 시작 이래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넘긴 국내 최대 치킨·맥주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행사는 7월 1일부터 5일까지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갓 튀긴 치킨과 차가운 맥주로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경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쫄깃하고 고소한 모듬 똥집 튀김을 맛볼 수 있다.

 

◆ 동해의 맛 속초…식어도 바삭한 닭강정

 

치킨벨트의 마지막 여정은 푸른 동해를 품은 강원 속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옛 중앙시장)은 닭강정 상자를 하나씩 든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이곳 닭강정은 고온에서 튀긴 뒤 특제 소스에 버무려 선풍기 바람에 한 김 식혀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고 과자처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숙소로 돌아가 밤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맥주 한 캔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다. 시장 안에는 오징어순대·새우튀김 등 먹거리가 많아 넉넉히 둘러볼 만하다.

 

◆ 맛과 문화를 잇는 새로운 여행

 

한편 ‘K-치킨벨트’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먹방 여행이 아니라, 가마솥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상인들의 정성과 전통시장의 활기, 끊임없이 진화하는 한국 식문화의 생명력을 함께 맛보는 문화 체험에 가깝다.

 

지역마다 다른 조리법과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치킨 한 조각에 담긴 한국 서민 음식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