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진 6일 만에 3살 남아 구조…절망 속 피어난 희망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발생 후 구조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희망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대규모 지진 발생 엿새 만인 이날 요르단 구조대가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한 3세 남아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강진 발생 엿새 만인 30일(현지시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세살배기 어린이가 요르단 대원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요르단 구조대 제공, ABC뉴스 캡처

공개된 영상에는 구조대원들의 환호 속에 아이가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구조되는 장면이 담겼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구조된 아이의 이름이 클리에베르 모란(Klieber Morán)이라고 밝혔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번 구조를 “희망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요르단 민방위대는 클리에베르가 구조 직후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재 활력 징후는 양호한 상태라고 전했다. 아이는 수도 카라카스의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이날 클리에베르의 구조가 “생존자를 계속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며, 국내외 구조대가 여전히 잔해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 소식은 유엔이 수만 명의 이재민이 식량과 주거지를 긴급히 필요로 한다고 경고한 가운데 전해졌다. 지난주 발생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기준 1943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는 1만500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도 수만명에 이른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데이터 초기 분석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5만8870채의 건물이 피해를 입거나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진 피해를 입은 베네수엘라 라과이라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구호물자를 받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손을 뻗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라과이라주에서는 주민들까지 구조 작업에 직접 나선 상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라과이라 지역에서 식량 부족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고, 기본 서비스가 마비됐으며 통신도 대부분 두절됐다며 “지원 접근이 여전히 제한된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 당시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다친 노점상 다니엘라 아르마스(18)는 AFP통신에 “일부 구호 물자가 배급되고 있지만, 식량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거의 서로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기도 한다”며 “마치 닭싸움 같다”고 말했다.

 

UNHCR은 지진 피해를 입은 3만 명을 대상으로 향후 6개월간 보호 활동과 긴급 구호 물자, 임시 주거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초기 자금 1500만 달러(약 232억 5150만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현지 보건 서비스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WHO 대변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는 낮은 예방접종률로 인해 “홍역과 디프테리아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강진으로 폐허가 된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한 여성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미국과 멕시코 등 수십 개국에서 파견된 국제 구조대가 구조견과 중장비를 동원해 생존자 수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부 국제 구호 물자도 베네수엘라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유엔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긴급 의료 키트와 안전한 출산 지원 물자, 신생아 관리 및 질병 예방 용품 등이 포함된 47톤 규모의 인도주의 지원 물자가 현지에 도착했다.

 

한편 국외에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최근 구호활동을 돕기 위해 귀국을 시도했으나 항공편 탑승이 불발됐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차도는 전날 엑스(X)에 올린 영상에서 파나마에서 베네수엘라행 항공편 탑승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그는 강진 후 귀국 의사를 밝히고 지난 28일 파나마시티에서 카라카스행 코파항공의 항공편을 타려던 계획이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각국의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고 정보를 은폐하며, 나의 귀국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