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보장보다 거취라도 알려줬으면…” 개방형 인사들 불안감 확산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전북도청 안팎에서도 개방형 직위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거취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방공공기관장의 임기가 지방자치단체장과 맞물려 있지 않은 제도적 구조 탓에 지방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불편한 동거’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인은 공식 취임한 1일 현재까지 비서실장과 일부 비서진을 제외한 주요 보직 인선 방향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민선 8기에서 임용된 개방형 직위 공무원과 산하 기관장들은 물론 새 집행부와 함께 일하게 될 공직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북도에서는 도립국악원장과 보건환경연구원장, 감사위원회 사무국장, 대외소통국장, 인권담당관, 외국인국제정책과장, 소통기획과장, 도립미술관장 등 4급 이상 개방형 직위가 10곳에 이른다. 이 중 도립국악원 등 2곳은 이미 공석이고, 일부는 올해 하반기 임기가 잇따라 끝난다.

 

문제는 상당수 개방형 직위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음에도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거취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최근 1~2년 사이 외부에서 영입된 일부 임기제 공무원들은 새 도정 출범 이후 자신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한 개방형 직위 관계자는 “임기를 끝까지 보장해 달라는 뜻이 아니다”며 “새 도정이 함께 갈 생각이 없는 것이라면 최소한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아무 이야기도 없는 상태가 가장 힘들다. 요즘은 업무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고 다른 임기제 직원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민선 교체기마다 임기제 공무원들이 거취를 걱정하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은 반복됐다. 법적으로는 임기가 보장되지만, 현실에서는 새 단체장의 인사 방향에 따라 사퇴를 고민하거나 사실상 교체 압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북도청사 전경.

산하 출자·출연기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북개발공사와 전북신용보증재단, 전북연구원 등 도 산하 공공기관은 모두 16곳이다. 기관장 임기는 대부분 2~3년으로 제각각이어서 민선 교체 시기와 맞물리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7명의 기관장이 새로 임명됐고, 올해도 전북연구원장과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콘텐츠융합진흥원장, 에코융합섬유연구원장, 군산의료원장 등이 새 임기를 시작했다.

 

결국 새 도지사로서는 자신의 도정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 기관장들과 상당 기간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반대로 기관장들은 임기 보장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구조가 반복된다.

 

전국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남광주특별시 등 지자체들은 기관장 임기를 단체장 임기와 연계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 새 단체장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전북은 기관별 설치 근거와 임기가 제각각이어서 민선이 바뀔 때마다 같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일 오후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민선 9기 전북도지사 취임식에서 이원택(앞줄 왼쪽 다섯 번째) 신임 도지사가 내빈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전북도 제공

행정 전문가들은 “지방공공기관장은 정치적 독립성과 경영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무적 신뢰와 전문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민 입장에서도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인사 갈등을 줄이려면 기관장 임기 체계와 인선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전북도청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자리 교체를 넘어 향후 4년간 도정 운영의 안정성과 조직 분위기를 좌우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개방형 직위와 산하기관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조직의 동요와 업무 공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