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용수·인재 등 인프라 관건… “정부 신속 지원 이뤄져야”

용인·호남 반도체클러스터 동시 추진 성공하려면…

현 정부 ‘임기 내 완공’ 초고속 진행
용인 클러스터 착공까지 10년 걸려
기업이 원하는 수준 기반 구축 중요

호남 재생에너지 중심… 원전 등 필요
반도체 ‘초순수’ 물 생산시설도 관건
“국가 차원서 원스톱 담당 부처 둬야”

“지금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니까 (용인과 호남을) 동시에 추진하자 말했고,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에게 이런 약속을 미리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동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조성 중인 용인 클러스터 완공을 마무리한 뒤 서남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구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심지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시점도 현 정부 임기 내로 잡았다.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안정적인 전력과 양질의 충분한 용수 공급, 인재 확보 등 반도체 팹(공장)이 들어설 인프라가 충족돼야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공언한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동시 완공을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원하는 수준의 기반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가 원하는 수준의) 전력과 용수 확보가 안 되면 팹 건설이 어렵다”며 “정부가 목표한 조기 완공을 위해선 각종 송전망과 초순수 생산 시설 등 기반 시설이 빠르게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업들이 호남을 다음 클러스터로 선택한 이유는 파격적인 지원과 빠른 인프라 확보가 기대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선행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착공까지만 10년이 걸린 용인 클러스터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고 했다. 즉 전력과 용수, 부지, 인재 확보가 최단시간 내 이뤄져야만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단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안정적 전력 공급 기반을 서둘러 닦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남은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47%)이 높은 지역인데, 재생에너지는 시간대와 자연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제각각이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이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선 안심하고 사용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 ‘원전 증축이나 더 세우는 것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신규 설비 진입도 가능한 그런 부분들이 함께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RE100을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충분히 여력 가능한 부분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추가 설비도 가능하다는 그런 가능성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흩어질 재생에너지를 모아줄 송전 설비, 전기가 끊어질 때를 대비할 ESS와 LNG발전소를 추가로 지어야 한다”며 “시설을 짓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완공을 서두르려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서 최대한 빠르게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용수 역시 필요한 양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반도체 생산용 ‘초순수’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생산 라인이 들어서려면 (모든 오염 물질을 제거한) 초순수 공급이 가능한 시설을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부지 선정 과정에서 각종 환경 인허가 절차와 토지 보상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이영달 뉴욕시립대 교수는 “국가 차원의 원스톱 담당 부처를 만들어 기업들이 처한 규제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남 반도체 투자를 결정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경영 지원을 위한 신속한 제도 구축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국회의장·대한상공회의소 경제대도약 간담회’에서 “AI가 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결국 기업이 현장에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투자하고 인재를 키우는 혁명과 실행이 늦지 않도록 법 제도와 환경이 적시에 같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안 된다’는 답보다 ‘언제 될지 모르겠다’는 답”이라며 “법과 제도의 방향이 안정적으로 잡혀야 기업이 더 멀리 보고 빨리 움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