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치’ ‘합동성’, 검증 안 된 명분 비상계엄 관련 ‘육사 힘 빼기’ 논란 강국 美, 英, 佛도 군별 사관학교 체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어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현재의 사관학교가 우수한 인재들에게 비전과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기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어 ‘국군 사관학교’로 통합하고 1~2학년은 공통교육, 3~4학년은 군별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이른바 ‘2+2 체제’를 구상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으로 미래전에 대비한 ‘인재 유치’, ‘합동성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최근 사관학교 경쟁률 하락의 주된 원인은 장교 직업의 처우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있다. 따라서 교육기관을 통합한다고 해서 우수 인재가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미래전에서 합동작전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합동성 강화 방법이 반드시 사관학교 통합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사관학교 재학 중 합동교육과 훈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가.
더구나 사관학교 통합 추진이 실제 군의 전투력과 전문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군사적 검증도 거치지 못했다고 한다. 각기 다른 작전 환경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육·해·공군의 군별 정체성과 리더십이 약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군 안팎에서 정권이 12·3 비상계엄을 ‘육사 카르텔이 주도했다’는 인식 아래 ‘육사 힘 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불만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오죽하면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나오겠는가.
미국·영국·프랑스 등 군사강국 사례를 보면 군별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임관 이후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일본이 예외적으로 통합 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국제적 표준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국가의 안보 환경과 군 조직, 역사적 배경에 따라 운영 방식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에서 보듯 잘 설계된 사관학교는 나라 전체 번영의 초석을 닦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사관학교 역시 한국군의 미래를 책임질 장교를 양성하는 핵심 기관이다. 그만큼 통합에는 충분한 검증과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미래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