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장청구권은 경찰이 통제… 시민이 기소 뒤집을 수도

형소법 개정안 ‘독소조항’ 논란

국민들로 구성된 ‘공소심의회’
권고 수준 넘어서 불기소 권한
수사기록·증거물 요구도 가능
“형사사건, 비전문가 판단 우려”

사법경찰관 신청 범위에서만
檢 영장청구 가능도 위헌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유임되며 여권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공소제기와 영장청구를 제한하는 일부 내용들이 ‘독소조항’에 해당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용민·서영교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지난 6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서 의원과 김용민 의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의 기소권을 통제하는 ‘공소심의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소심의회는 검사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하기 위해 각 지방법원에 설치되는 외부기구로, 지법원장이 무작위로 선정한 관할 구역의 만 20세 이상 국민으로 구성된다. 심의 대상은 공직자 등의 부정부패,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금융·경제범죄, 마약·살인 등 강력 사건 및 성폭력 사건, 법왜곡죄 사건을 비롯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심의회가 필요하다고 지정한 사건이다.

 

공소심의회 결정은 단순 ‘권고’ 수준을 넘어서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소심의회의 의결 내용이 검사 처분과 다를 경우 이를 뒤집을 수 있다.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공소심의회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법원장은 공소업무를 담당할 ‘지정변호사’를 따로 정해야 한다.

지정변호사의 공소제기는 검사의 공소제기와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반면 공소심의회가 불기소 결정할 경우 검사는 새로운 중요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동일 사실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아울러 시민으로 이뤄진 공소심의회가 수사기관에 사건 수사기록과 증거물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검찰시민위원회는 사건관계인의 인적사항을 비공개 처리해 검사가 작성한 ‘사건설명서’를 통해 심의한다. 법조계에선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요구되는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이 통제하게 된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도 검찰의 처분을 감독, 견제하기 위해 외부인으로 구성된 검찰 시민위원회나 수사심의위원회가 운영됐지만, 이들 위원회 결정은 권고에 그쳤다. 심의회 처분의 경우 검사 판단을 대체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한 검사는 “공소심의회가 살펴본다는 사건은 검사, 판사도 어려워하는 사건들이다. 현재 검찰 시민위원회 등에 회부되는 사건은 양형에서 정상참작을 해야 하는 간단한 사건들”이라며 “위원들의 청렴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할 방안도 없다”고 했다. 한 차장검사는 “사건을 오래 검토하고 판단한 검사 결정에 대해 권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전문가 판단으로 대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소심의회가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기관도 아닐 것으로 예상되기에 부적절한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영장청구를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범위로 한정한 개정안 215조는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상 검사의 고유권한인 영장청구권이 사법경찰관 판단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헌법이 정한 검사의 영장청구 권한을 법률로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위헌 판단이 나올 것”이라며 “보완수사요구를 할 때 구속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때 다시 경찰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는 황당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항이 위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 청구권을 피의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법 절차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검토해서 청구 여부를 결정하기에 적법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수사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을 점검하려는 취지라지만 수사인권보호관 요구는 권고에 불과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 기능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