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선거 당일 민원 관리와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 현장조사 방식을 둘러싸고는 여야 간 공방도 벌어졌다. 중앙선관위는 올 하반기부터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 대비 100% 인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개선안을 보고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에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 등 선관위 관계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출석시킨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대응, 자료 제출 부실, 향후 선거관리 제도 개선 방향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무능·무책임에 자료 제출도 부실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은 “1차 기관보고 때는 증인으로도 나오지 않더니 자료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내놓은 자료도 엉망”이라며 “선거 당일 상황실로 접수된 항의 전화 또는 민원 상세 내역을 달라고 했더니 접수 관리하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간사 서범수 의원도 “대한축구협회를 제2의 선관위라고 하면서 이길 경기를 날린 감독과 선거를 망친 중앙선관위 중 누가 더 무능한지 묻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면서 “두 기관 모두 내부 통제를 거부해서 폐쇄된 카르텔을 갖고 있고, 무책임·무능력의 실종된 리더십이 비슷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선관위를 향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자는 범인”이라며 “의혹을 만든 당사자가 선관위 여러분이고, 의혹을 풀 분도 바로 여러분인 만큼 국민을 납득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송파구 잠실 개표소 현장조사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은 내실 있는 현장조사를 위해 경찰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집회 참여자들과 경찰 병력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국조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송파구선관위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방문해 투·개표 현장을 검증하기 위한 2일 현장조사 일정을 의결하고, 경찰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진출입로 확보 요청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여야 간 협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선관위도 현장조사를 통한 공개 검증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강동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직무대리는 “송파구 개표소 안에 투표용지가 247만장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자체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국조특위에서 선거 소청과 맞물려 같이 확인하는 방안을 의결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하반기부터 투표용지 100% 인쇄
중앙선관위는 이날 국조특위에 제출한 기관보고 자료를 통해 올 하반기부터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용지는 선거일 기준 선거인 수 대비 100% 분량을 인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축소하는 등 조정해야 할 경우에는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무번호 투표용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투표용지 인쇄 계약과 일정 등에 대한 체계적 조정 절차도 준비하겠다고 보고했다.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표 진행 상황과 특이사항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투표관리종합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조직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중앙선관위는 내년 상반기 조직 진단을 시행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현행 규칙상 심의기구인 감사위원회를 합의제 의결기구로 법제화한 뒤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전·현직 중앙선관위원들은 국민의힘 등 일부 야당이 제기하는 사전투표제 개선 필요성에도 일부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전 위원장은 “아무래도 사전투표 후에 본투표까지 사항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과 (사전투표의 투표용지를) 보관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좋은 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래진 중앙선관위원은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이 여러 가지로 당시와 달라졌기 때문에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이번 사태에 따른 개표소 봉쇄 시위와 관련해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데 대해 젊은 청년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 선관위가 지원요청을 하지 않았다”며 “행안부가 투·개표 지원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언론 보도를 보고 사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장 재임 시절 논란이 된 배우자 동행 해외 출장에 대해 “(출장비를) 국고에 반납하거나 적절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