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멸칭 도움 안돼”… ‘내홍’ 여권에 갈등 수습 주문 [李·文 첫 회동]

상춘재서 2시간여 허심탄회 만남

靑 “단합·외연 확장 동시추구 강조
文, 檢 개혁 세심한 추진 당부도”

배추·달고기 모둠전… 곳곳 ‘화합’
文 입맛 고려한 민어탕도 식탁에

李, 저녁엔 與 원내대표단과 만찬
“하반기 국정과제 입법 속도” 당부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1일 청와대 오찬 회동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두 사람은 특정 당권 주자나 계파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강조하며 여권 전체에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당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나란히 “단합”을 강조한 만큼, 이날 회동은 여권 내부 갈등을 수습하라는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李 “자주 조언 들었으면”… 文 “힘껏 돕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문 전 대통령과 약 2시간 동안 오찬과 산책을 함께하며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 자주 조언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할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춘재 오찬서 나온 ‘통합 당부’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전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약 2시간에 걸쳐 국정 운영 소회와 주요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청와대를 다시 찾은 자리인 만큼, 청와대는 회동의 의미와 의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찬 후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의 성과와 과제를 이어받아 더욱 유능하고 더 성공한 민주정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도 “늘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위해 응원하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특히 ‘하나의 대한민국’을 위한 민주진영의 단합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홍 수석은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민주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며 “가짜뉴스나 멸칭 등으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공방이 거칠어지는 상황을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됐지만, 청와대는 특정 인물이나 계파를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홍 수석은 “특정인이나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큰 틀에서 민주진영의 최근 현상에 대해 두 분이 뜻을 같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수석은 이어 “지나치게 공격적인 표현이나 조롱 섞인 멸칭 등이 서로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경쟁을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다시 함께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지 않나 하는 말씀을 나누셨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선을 넘는 공세가 향후 통합을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오찬에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홍 수석은 두 사람이 “검찰 개혁은 이재명정부의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라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 국가 사법 체계 전반의 변화와 맞물린 문제인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국민에게 피해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합’ 상징 비빔밥 오찬 이날 오찬상에 오른 민어탕과 비빔밥 등 오찬 식사. 청와대는 문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민어탕과 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 등 메뉴 전반에 화합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제공

◆비빔밥에 담긴 화합 메시지

 

오찬 메뉴에도 화합과 통합의 의미가 담겼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뉴는 비빔밥과 민어탕, 한우 갈비찜 구이, 메밀 배추전·달고기전·애호박 새우전, 수란채, 녹두 삼계죽 등이었고 후식으로는 모둠떡과 과일 화채가 준비됐다.

 

청와대는 메뉴 구성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생선류이자 여름 제철 음식으로 최고의 보양식인 민어탕과 통합의 상징인 비빔밥”이라며 “퇴임 이후 청와대를 다시 찾은 문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오찬 메뉴”라고 설명했다. 비빔밥은 여러 재료가 어우러지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이날 회동의 핵심 메시지인 통합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메밀 배추전과 달고기전 등의 모둠전에도 두 사람을 함께 배려한 의미가 담겼다. 청와대는 “생선을 좋아하는 문 전 대통령을 위한 남해 여름 제철 생선인 달고기,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배추전을 한 접시에 모아 조화롭게 내놓은 전 세트”라고 설명했다. 음식 구성에서도 전·현직 대통령의 취향을 함께 반영해 조화와 화합의 상징성을 부각한 셈이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도 전·현직 대통령의 오찬 회동에 일제히 의미를 부여했다. 발언의 초점은 당권 경쟁 자체보다 두 사람이 내놓은 단합 메시지에 대한 평가와 호응에 맞춰졌다.

김민석 국무총리. 뉴시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 입장에서 표현하면 김대중, 노무현, 문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통령이 추구한 민주당 기반과 가치를 가지고 승리한 것”이라며 “모두의 대통령이 추구한 역사와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오늘 두 분의 만남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청래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안으로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 대통령 지지자들이 하나로 모이는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밖으로는 통합할 곳은 통합하고 연대할 곳은 연대해 외연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우리 민주당은 대한민국 전체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단합과 확장으로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로 증명하는 ‘진짜 여당’을 만드는 것. 그것이 두 분의 당부에 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1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3기 원내대표단과도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신임 원내대표단 출범을 축하하며 하반기 국정과제 관련 입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감사를 표하고 “필요한 입법으로 강력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단도 집권 2년차를 맞아 당정이 더 단단히 단합해 국정 성과를 민생경제 발전으로 이어가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