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후반기가 ‘반쪽 원구성’으로 볼썽사납게 출범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입법 드라이브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협조가 없을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까지 손질하는 국회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입법 독주를 이어갈 경우 ‘협치 실종’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및 원내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신청 및 유지 기준을 강화해서 민생 법안조차 정쟁의 인질로 삼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허울뿐인 패스트트랙도 손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회 정상화를 완성하도록 하겠다”며 “후반기 국회에는 무책임한 정쟁과 태업이 조금도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민의힘이 여당 주도의 상임위 배분과 선출을 “오만의 정치”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입법 절차 가속화를 위한 ‘강대강’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른바 ‘필리버스터 중단법’(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해당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출석 의원이 60명(재적의원 5분의 1) 미만이면 토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여당 주도로 이미 운영위와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현행법상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처리하려면 상임위 심사 180일, 법사위 심사 90일, 본회의 60일 이내 자동 상정 등 최대 330일이 걸린다. 이 밖에도 상임위원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를 열지 않거나 법안 심사를 지연할 경우 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등의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에도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히는 서영교 의원을 유임시키며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는 국회 내 소수당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여야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여당이 제도 개편과 쟁점 법안 처리를 동시에 밀어붙일 경우 여야 대치는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