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온라인 밈으로 시작한 청년 풍자운동 ‘바퀴벌레인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이 교육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로 번지고 있다. 실업난과 입시 부정 의혹에 지친 청년층의 분노가 조롱 섞인 인터넷 놀이를 넘어 실제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고실업에 시험 부정… 청년들의 분노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청년층 사이에서는 최근 ‘바퀴벌레인민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CJP는 정식 정당이라기보다는 온라인 풍자 정치운동에 가까웠지만, 수천만명 규모의 온라인 지지를 끌어모았다. CJP라는 이름도 집권 인도국민당(BJP)을 연상시키는 발음을 비튼 것이다. 이 때문에 CJP는 처음부터 정당이라기보다 ‘밈 정치’와 ‘청년 항의운동’의 중간 형태로 받아들여졌다.
발단은 지난 5월15일 인도 대법원장 수리야 칸트의 법정 발언이었다. 칸트 대법원장은 일부 실업 청년과 정보공개 활동가를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라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시스템만 공격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칸트 대법원장은 “(발언이) 언론에 잘못 인용됐다”며 인도 청년을 “발전된 인도의 기둥”으로 본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바퀴벌레’라는 단어는 청년층의 자조와 저항을 결합한 상징이 됐다. 이 흐름을 사회운동으로 만든 인물은 아비지트 디프케다. 미국 보스턴대 홍보학과를 졸업한 디프케는 “만약 모든 바퀴벌레가 한데 모이면 어떨까?”라는 발상으로 CJP 웹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실업, 부패, 정치권 무책임을 풍자하는 밈과 짧은 영상이 올라왔고,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바퀴벌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바퀴벌레 이미지가 인도 청년층의 불안정한 현실과 맞물렸다.
CJP가 호응을 얻은 배경에는 인도 청년 대졸자의 취업난이 있다. 인도 사립 아짐프렘지대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15∼25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40%, 25∼29세 대졸자의 실업률도 20% 수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대학 졸업장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기대가 흔들리면서, 시험과 취업에 인생을 거는 청년층 사이에서 불만이 누적된 것이다. 여기에 의대입학시험(NEET-UG) 문제 유출 의혹이 기름을 부었다. 인도 국가시험청(NTA)은 5월3일 치러진 NEET-UG 시험을 부정 의혹 속에 취소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NEET-UG 2026은 227만명 이상 수험생이 응시한 초대형 시험이었다. 이 시험이 무효가 되면서 수험생들은 한 달 넘게 입시 일정 불확실성을 떠안았고, 지난달 21일 재시험에는 200만명 이상이 다시 시험장에 나왔다. 기존 시험 규모와 재시험 응시 보도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수십만명 규모의 미응시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NTA는 재시험이 전국적으로 큰 문제 없이 치러졌으며 재시험과 관련한 추가 문제 유출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은 재시험이 종료된 직후 “과거의 실수를 인정한다”며 정부가 신속히 제도적 취약성을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은 이 나라의 시스템을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시험 부정 가담자를 처리할 패스트트랙 법원 설치와 ‘페이퍼 마피아’ 척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학생단체들은 ‘재시험이 무사히 끝났다’는 설명만으로는 원시험 무효화에 따른 시간·비용·심리적 피해와 반복된 제도 불신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시험 부정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인도의 고질적인 사회 문제다. 인도에서는 2024년에도 NEET-UG 시험을 둘러싸고 문제 유출, 이례적 고득점자 급증 논란이 벌어졌고, 대학·교원 자격시험인 UGC-NET도 시험 무결성 훼손 우려 속에 취소됐다. 2024년 한 해 여러 국가시험에서 유출 의혹과 취소, 학생 시위가 반복되자 인도 정부는 시험 부정 처벌 강화와 국가시험청 개편 논의를 추진했다. 하지만 2026년 NEET-UG 재시험 사태가 다시 터지면서 ‘제도 실패가 반복된다’는 인식이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했다.
◆CJP로 결집… 정치운동 지속할까
상징적 인물의 가세도 시위의 주목도를 높였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고지대에 위치한 라다크 연방직할지 출신 교육개혁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소남 왕축은 지난달 28일 CJP 농성장인 잔타르 만타르에서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다. 왕축은 영화 ‘세 얼간이’ 속 천재 교육자 ‘푼수크 왕두’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인물이다. 입시와 암기 중심 교육에 대한 비판, 지역 현실에 맞는 교육, 청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해 온 그는 의대입학시험 재시험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교육개혁, 라다크 자치·환경 보호 요구를 함께 내걸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집한 CJP가 지속 가능한 정치운동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CJP가 온라인에서 수천만명 규모의 관심을 끌어낸 것과 달리, 첫 거리 시위의 실제 참가 규모는 2000명을 넘지 못했다. 현지 매체 힌두스탄타임스는 지난달 첫 시위 참가자를 1200명 이상으로 전하면서, CJP가 온라인 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향후 취약점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일부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CJP에 호응했지만, 이것이 곧 야권 전체의 전폭적 지지나 안정적 정치세력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당(AAP), 사회당(SP) 등 일부 야권은 CJP 시위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으나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디프케가 과거 AAP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데다가 AAP 인사들이 시위에 적극 호응하면서 이 운동이 특정 야권 세력의 정치적 실험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인도국민회의 일각에서는 CJP가 청년 분노를 대변하는 새로운 흐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곧바로 야권 전체가 떠안기에는 운동의 실체와 지속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의제 확장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왕축의 단식 참여는 CJP에 시민운동의 무게를 더했지만, 동시에 라다크 자치와 환경 문제까지 결합하며 운동의 초점을 넓혔다. 이는 CJP가 교육 공정성 문제를 넘어 더 넓은 반정부·시민사회 연대의 장으로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대로 처음 내세운 시험 공정성과 청년 실업이라는 의제가 흐려질 위험도 키운다.
호주 라트로브대 페빈 조지프 연구원은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시위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또 다른 Z세대 혁명을 일으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청년들은 디지털을 이용해 전통적인 정치 구조를 흔들었다. CJP가 실패하더라도, 이 아이디어는 바퀴벌레처럼 박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