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격동 속 250돌 생일맞이…국제정세·민주주의 불가측 항로

전국서 7·4 독립기념일 자축…수도 한복판 '역대급 불꽃쇼'로 절정
이란전쟁 메가톤급 파장에 MAGA식 동맹관계 재설정…'관세 폭탄' 진행형
자유민주주의 가치 침식 우려도…트럼프 2기 반환점 앞 중간선거 이목 집중

미국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격동의 시기에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을 맞게 됐다.

이달 4일(현지시간)은 미국의 모태가 된 미 동부 13개 주(州)가 1776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 250년째가 되는 날이다. 'Freedom(자유) 250'이라는 건국 250주년 표어는 그런 의미다.

백악관이 홍보하는 독립기념일 워싱턴 DC 불꽃쇼 상상도.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현존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을 더해 이번 독립기념일을 '미국에 대한 헌사의 날'(Salute to America day)로 명명했다.



지난달 24일 수도 워싱턴 DC에서 막을 연 '위대한 미국 박람회'를 비롯해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백악관 잔디밭 UFC 경기'가 지난달 14일 열렸고, 워싱턴 도심을 경주용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대회도 열린다.

절정은 4일 미국 최대도시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 해군 사열식, 그리고 워싱턴에서 열리는 역대급 불꽃쇼다. 불꽃 85만발은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하는 규모다.

마침 전세계 축구대전인 2026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주최)이 한창인 가운데 미 전역은 건국 250주년을 자축하는 들뜬 분위기가 연출됐다.

건국 250주년 앞둔 미 워싱턴 DC의 정부 건물.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250돌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미국인 모두가 마음 놓고 축제를 즐기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누구보다 '문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미국을 향한 세계인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는 올해 80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국내에서도 거의 모든 논란의 중심에 그가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시작한 지난해 거침없고 일방적인 관세·국경·반(反)이민 정책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건국 250주년인 올해 초부터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대(對)이란 전쟁 개시로 더 큰 놀라움을 안겼다.

협상과 교착 국면이 반복되며 현재까지 '미완'인 이란 전쟁은 비핵화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고통만 가중한 채 빈 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미국 안에서도 나온다. 이란의 주장대로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까지 이뤄지면 전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가톤급 이슈가 쉴 새 없이 터지면서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시도가 국제적 관심사에서 뒤로 밀릴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정세를 뒤흔들었다.

미국은 1·2차 세계대전과 냉전·탈냉전 시기를 거치며 세계 초강대국이자 자유진영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만큼 탈냉전 이후 몇 차례 예외를 제외하면 그 힘을 투사하는 데 신중과 절제를 어느 정도 내면화했지만, 트럼프 2기의 미국은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국 영역으로 간주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공해상 민간 선박들을 사법 절차에 맡기는 대신 무력으로 격침했고, 각국의 정치와 선거는 물론 석유 채굴에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전우이자 우방인 유럽도 예외가 아니었다.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더 쓰라는 압박으로 시작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충돌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 주파수를 맞춘 정치인을 대놓고 지원했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부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 및 이웃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함으로써 250년 동안 추구해 온 외교 노선에서 볼 수 없던 '전세계 우파 연대'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마저 낳았다.

아시아의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도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대명제 아래 국방비 증액, 미군 병력 재배치가 거론되는 가운데 관세를 지렛대로 삼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위대한 미국 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설을 마무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이 힘과 리더십으로 일군 국제질서를 스스로 뒤바꾸려는 모습은 미국 국내에서 제기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우려와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행정명령 정치'로 의회의 숙의와 견제 장치를 우회한 관세·반이민 정책은 각각 올해 초 대법원의 위법 판결과 시위대의 피격 사망에 부딪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 단체장이 이끄는 주를 겨냥한 수사와 예산지원 삭감, 정적(政敵)에 대한 보복, 의회와 사법부 경시, 비우호적 언론에 대한 비난과 소송 등은 건국 이후 250년간 쌓아 올린 민주 공화정과 연방제라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가치를 침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2기의 반환점을 앞두고 오는 11월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약 3분의 1을 새로 뽑는 중간선거는 결국 트럼프식 정치가 동력을 이어갈지, 아니면 뒤바뀐 의회 지형에서 제동이 걸릴지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근대사 첫 민주공화국의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변종 리더십이 더 강화할지, 아니면 미국이 두 세기 반 동안 유지해온 민주정치 시스템의 회복력이 확인될지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을 나흘 앞두고 지난 2월 24일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한 국정연설에서 "1776년의 (독립)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자유와 독립의 불꽃이 모든 미국 애국자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타오르고 있기에, 그 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