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스피는 4200선에서 8400선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모두 상승장의 과실을 누린 것은 아니다. 제때 매수대금을 채우지 못해 강제로 처분된 주식만 3조원을 넘어섰다.
2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1∼6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조1103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2166억원, 2월 2483억원이었던 반대매매는 중동 전쟁 충격이 증시를 흔든 3월 5508억원으로 늘었다. 4월에는 2642억원으로 줄었지만 5월 7076억원으로 다시 뛰었고, 6월에는 1조1228억원까지 치솟았다. 월간 반대매매가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6월에만 하루 300억원 이상 강제 처분된 날이 13거래일이었다. 이 가운데 4거래일에는 반대매매가 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달 5일과 8일, 9일에는 각각 1661억원, 1391억원, 1697억원어치가 강제로 매도됐다.
금투협이 집계하는 수치는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대금 일부만 낸 뒤 결제일까지 나머지 금액을 채우는 초단기 거래다. 결제일까지 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는 다음 거래일 해당 주식을 매도해 미수금을 회수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와는 구분해야 한다. 신용융자는 약정된 담보유지비율이 기준 아래로 내려가고 추가 담보를 넣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
두 거래 모두 투자자가 선택하지 않은 시점에 주식이 처분된다는 점은 같다. 급락장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 주가가 더 밀리고, 추가 강제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안처럼 6월 1일 시가와 30일 종가를 비교해 지수가 제자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는 6월 첫 거래일인 1일 8788.38에서 30일 8476.48로 3.5% 하락했다.
한 달간의 움직임은 낙폭보다 거칠었다. 코스피는 18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고 22일에는 9114.55까지 올랐다. 그러나 하루 뒤인 23일 9.99% 폭락해 8203.84로 주저앉았다. 25일에는 5.42% 급등했다가 26일 다시 5.81% 떨어졌다.
6월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와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5차례씩, 모두 10차례 발동됐다.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세 차례 걸렸다.
시장 불안을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공식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다. 공식 집계 이전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장중 최고치 103.05에 근접한 수준이다.
빚투 규모 자체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월 2일 27조4207억원에서 6월 24일 38조6328억원으로 늘었다. 반년도 되지 않아 11조원 넘게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을 타고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상승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포모 심리가 개인 투자자들의 차입 투자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8개가 상장됐다. 기초 주식의 하루 등락률을 정방향이나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에 앞서 특정 종목 집중 위험과 손실 증폭, 음의 복리효과,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의 괴리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감독원도 출시 이후 가격이 급등락하자 별도의 소비자경보를 내렸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일일 리밸런싱이 주가 변동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 목표 배수를 맞춰야 한다. 기초 종목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추가로 사고, 주가가 내리면 보유 물량을 더 파는 방식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매매가 더해지면서 상승과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는 한국 증시가 5% 움직일 경우 약 47억달러, 한화로 7조원대의 리밸런싱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변동성이 커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며 “지수가 상승 추세에 있더라도 차입 비중이 높으면 단기간의 급락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