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에서 천안시장으로…장기수의 첫걸음은 '거리'에서 시작됐다

환경미화원 먼저 찾고 1호 결재는 '365 공공서비스' 시민 일상부터 바꾸는 시정 선언
상대 후보 도왔던 성무용 전 시장 취임식 초대 축사 "천안의 행운·선거 넘어 시민 통합" 주문 응원

민선 9기 제10대 천안시장으로 취임한 장기수 시장의 첫 행보는 시장실이 아닌 새벽 거리였다.

1일 민선 9기 장기수 천안시장이 시청으로 첫 출근해 청원경찰들과 악수했다.

취임 첫날인 1일 장 시장은 시청으로 출근하기에 앞서 새벽부터 시민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은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도심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을 가장 먼저 찾았다.  그는 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를 움직이는 여러분 덕분에 시민들의 하루가 시작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민생의 가장 낮은 곳부터 살피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첫 일정부터 의전보다 현장을 택한 것은 노동·시민운동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의 정치 이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시민운동가로 주민자치와 지방분권 운동을 펼쳤고, 천안시의원과 시의회 부의장, 충남청소년진흥원장 등을 거쳐 결국 천안시장에 오른 장 시장은 취임 첫날에도 자신의 출발점을 잊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후보로 선출된 다음 날인 지난 5월 1일에도 첫 공식 일정으로 환경미화원들을 찾아 노동절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후보 시절 보여준 정치 철학을 취임 첫날 시정 운영으로 이어간 셈이다.

 

30년 동안 이어졌던 천안 정치의 공식도 바뀌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이후 천안은 관선시장 출신과 국회의원, 중앙부처 고위관료 출신들이 시장직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이 시장에 오르며 '엘리트 정치'에서 '현장 정치'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장기수 천안시장이 첫 출근에 앞서 새벽부터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회사로 돌아온 환경미화원들을 찾았다.

이날 봉서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통합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성무용 전 천안시장이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민선 3·4·5기 시장을 지낸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찬우 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아 장 시장의 경쟁 후보를 지원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장 시장은 정치적 경쟁을 넘어 성 전 시장을 직접 초청했고, 특별히 축사를 부탁했다.

 

성 전 시장은 축사에서 과거 시의원이던 장 시장과 함께했던 인연을 소개하며 "천안을 대전환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 있고 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할 때 장기수 시장이 당선된 것은 천안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 생긴 지역과 세대 간 갈등을 모두 포용해 시민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며 "정치는 경쟁이지만 행정은 통합"이라고 당부했다.

 

선거에서 서로 다른 편에 섰던 전·현직 시장이 취임식에서 함께 손을 맞잡은 장면은 민선 9기 천안시정이 지향하는 협치와 통합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장 시장은 취임사에서도 "저를 지지한 시민의 뜻도, 다른 선택에 담긴 시민의 바람도 모두 천안을 더 잘 이끌라는 명령으로 받들겠다"며 "선택을 넘어 협력의 시정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취임 첫 결재로 선택한 안건 역시 시민들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이었다.

 

장 시장은 이날 '천안시 공공시설 365일 운영 서비스 구축 계획'에 서명했다.

시장실에서 1호 결제로 공공시설 365일 운영서비스 구축에 서명하는 장기수 천안시장.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도서관과 수영장 등을 어떻게 365일 운영할 수 있느냐"며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그러나 장 시장이 말하는 '365 공공서비스'는 직원들에게 연중무휴 근무를 요구하는 정책이 아니다. 현재 도서관과 공공수영장, 청소년시설 등 시민 이용시설은 정기 휴관일과 공휴일 등으로 연간 40~60일가량 문을 닫는다. 장 시장은 시설 운영체계와 인력을 재편해 휴관일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쉬는 날에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 리듬에 맞춰 공공서비스를 바꾸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시는 시설별 여건을 검토해 운영체계를 정비한 뒤 오는 8월부터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1일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열린 취임식장으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는 장기수 천안시장.

장 시장은 취임사에서 "365 행복 천안은 365일 시민의 삶을 챙기고 행복이 이어지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라며 "행정이 시민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 행정이 맞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운동가에서 천안시장까지. 거리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던 정치인은 이제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됐다.

취임식에서 시민들께 큰 절을 올리는 장기서 천안시장.

그리고 그가 선택한 첫 행보는 화려한 취임행사가 아니라 새벽 거리의 환경미화원이었고, 첫 결재는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공공시설의 문을 하루라도 더 여는 일이었다.

 

민선 9기 천안시정의 방향을 압축한 상징적인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