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준 경기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지만, 실망을 안긴 경기는 하이라이트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우리나라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의 냉정한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데이터가 나와 주목된다.
아이지에이웍스 TV 인덱스는 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TV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공개했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1800만 셋톱박스 데이터와 아이지에이웍스의 독자적인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유료방송 셋톱박스 1대에서 시청 데이터가 나타나면 시청자 1명으로 산출했으며, 전국 1800만 셋톱박스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전체 시청 데이터를 추정했다.
우선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 당일 KBS2와 종합편성채널 JTBC의 총 시청자 수는 급격히 상승했다. 체코전이 열린 지난달 12일 하루 시청자 수는 KBS2가 총 1238만6756명, JTBC가 총 1010만5105명을 기록했다. 직전일(6월11일)의 각각 798만7504명과 686만7209명과 비교하면 대폭 상승했다.
멕시코전 당일에도 두 방송사의 총 시청자 수는 크게 늘어났다. KBS2가 1278만3499명, JTBC가 1024만5890명으로 집계돼 직전일의 1024만4784명·808만6643명보다 상승했다. 남아공전 당일에도 KBS2는 1232만6998명, JTBC는 1016만3823명으로 직전일의 각각 994만9644명·743만4175명과 비교해 급격히 치솟았다.
대표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채널을 유지한 시청자가 많아 두 방송사가 적잖은 월드컵 특수를 누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세 경기의 본방송(전·후반 풀타임 중계)과 재방송 시청자 수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첫 경기였던 체코전의 본방송 시청자 수는 총 1041만2928명(KBS2 599만2709명·JTBC 442만219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재방송 합계 시청자 수는 무려 1609만5390명(KBS2 860만3267명·JTBC 749만2123명)으로 본방을 껑충 뛰어넘었다.
멕시코전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본방송 시청자 수는 총 1184만2121명(KBS2 690만6974명·JTBC 493만5147명)이었다. 재방송 시청자는 총 1475만7164명(KBS2 949만146명·JTBC 526만7018명)으로 집계돼 본방송보다 많았다. 시차로 본방송을 놓쳤거나 아쉬운 마음에 경기를 다시 보는 등의 시청 수요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1승 제물’로 여겼던 남아공전의 데이터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본방송 시청자 수는 총 1182만4450명(KBS2 672만9428명·JTBC 509만5022명)으로 세 경기 중 두 번째로 높게 출발했다. 하지만 재방송 시청자 수는 총 696만6469명(KBS2 553만8782명·JTBC 142만7687명)까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축구팬들이 남아공전의 경기 결과나 내용에 크게 실망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경기로 규정하고 재방송을 철저히 외면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방송사들의 편성 축소라는 물리적 요인도 맞물렸다. JTBC는 체코전과 멕시코전 당일 오후에 각각 2회씩 풀타임 재방송을 파격 편성했으나, 남아공전 당일 오후에는 풀타임 재방송을 1회로 줄였다. KBS2도 체코전과 멕시코전 당일 오후 풀타임에 가까운 분량으로 하이라이트를 편성해 사실상 재방송 기능을 했지만, 남아공전 당일에는 아예 편성에서 제외했다. 팬들의 외면과 방송사의 냉정한 계산기가 재방 시청자 감소로 연결된 셈이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했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2패(승점 3)를 기록하며 A조 3위에 머물렀고, 조 3위 12개 팀 간의 경쟁에서 10위로 밀려나며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역대 월드컵 참가 사상 가장 낮다. 일정을 마친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