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6개월 만에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尹정부와의 차이 보여달라”

‘지옥철’ 우려에도 고의 지연 無, 큰 혼선 없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6개월 만에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100여명이 참가해 일부 시민들의 불편은 있었지만, 이전과 같은 운행 고의 지연 방식은 피하면서 큰 혼선 없이 시위가 마무리됐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2일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장연 활동가 약 100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서울역 방면 열차 탑승구 앞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열었다. 시청역 탑승구에서 50여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들은 8시50분부터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날 시위를 진행했다.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건 지난 1월2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앞서 전장연은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지방선거까지 시위를 유보해달라’는 제안을 수용해 시위를 멈춰왔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전장연 ‘초록’ 활동가는 “우리는 기다린다고 장애인 권리가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투쟁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예산 배정 없이 말로만 하는 장애인 권리 (증진)은 우리 삶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며 “기획예산처에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한다. 살 권리, 이동할 권리, 노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이영숙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 후 7년이 지났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문서 상이 아니라 예산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젠 국가가 기본적인 권리를 예산으로 확보하고 법으로 제정하도록 더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회원들이 2일 시청역 1호선 서울역 방면 플랫폼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하는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이 이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석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윤석열정부와 이재명정부가 무엇이 다른지 보여달라. 대화를 통해 장애인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며 “오세훈 서울시장도 어제(1일)부터 다시 임기를 시작했다. 권리 중심 노동자 400명 해고를 철회하고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는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과 탈시설 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한 서울시 사업이다. 앞서 오 시장 재임 때인 2024년 폐지됐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8시50분쯤부터 지하철에 올라 서울역으로 1개 역을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휠체어를 탄 60여명의 활동가들이 10명씩 나눠 지하철 6개 칸에 올라탔다. 박 대표는 지하철에서도 출근 중인 시민들을 향해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시설에서 격리하고 배제하는 형태가 아닌 여러분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교육받고 이동하고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어달라”고 청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활동가들은 탑승구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통해 차례대로 역 밖으로 이동했는데, 엘리베이터 수가 적은 탓에 시간이 소요됐다. 박 대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가 한 대밖에 없어서 올라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장애인의 30분 거리가 우리에겐 12시간이고, 이러한 거리의 시간을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회원들이 2일 시청역 1호선 서울역 방면 플랫폼에서 '69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개월 만에 재개된 시위로 출근길 교통 대란 우려가 나왔으나 큰 혼선은 발생하지 않았다. 탑승 시간이 출근 피크 시간대를 지난 상태였고, 이전과 같은 운행 지연 방식이 아닌 단체 탑승 방식이었기 때문에 열차 지연∙연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탑승엔 약 4분 정도만 소요됐다.

 

이날 참가자들이 집회 과정에서 시청역과 서울역 탑승구에 모이면서 일부 시민들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역사 내 직원들과 경찰 기동대가 지키는 가운데 동선이 확보되면서 시민과 활동가 사이 큰 충돌은 없이 마무리됐다. 간혹 일부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정도였다.

 

한편 전장연은 전날부터 출근길 버스 탑승 시위도 재개했다. 전장연은 1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혜화로타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탑승 시위를 열며 매주 수요일 시위를 진행한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