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북·중·러 동상이몽과 실용외교

핵보유 공고화·美 견제·다극화…
3국, 자국 잇속 챙기며 ‘밀착행보’
서로 필요해도 연대 가능성 희박
이해관계 ‘틈새’ 포착 잘 활용해야

최근 북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의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다. 지난 5월20일 베이징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6월8일에는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중·러의 비호 속에 북한 비핵화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대북 제재 레짐은 약화되었다. 평양, 모스크바, 베이징 간 교류와 접촉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북·중·러 연대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평양과 모스크바 관계의 긴밀화가 눈에 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19일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소련 시절의 동맹조약을 복원시켰다. 이 조약에 근거해 북한은 2024년 10월부터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통해 축적한 북한군의 실전 경험과 북·러 군사 협력의 증대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평양과 베이징 간 협력의 밀도도 현저하게 높아졌다. 지난달 8일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외교·안보에서의 협력은 물론 양자 경제 협력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가장 큰 후원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당연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자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북·러 관계 급진전은 베이징의 평양에 대한 구애를 촉발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간 결속은 한층 더 공고화되고 있다. 지난 5월20일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지도자는 국제 질서의 다극화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미국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레토릭임은 물론이다. 게다가 중·러 양국 정상은 이 회담에서 두만강을 통한 동해 출해권 문제를 논의했다. 이 문제는 지난달 시진핑의 평양 방문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중·러는 서로를 필요로 함에도 3국 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본적으로 각국의 핵심적 관심사는 상이하다. 평양은 강화된 핵 능력을 바탕으로 워싱턴과의 담판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음으로써 체제 수호는 물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잡고자 한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 반서방, 반미 기조를 같이 하면서 그들로부터 경제 및 군사적 지원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함으로써 경제 지원은 물론 핵 무력 완성에 필요한 군사기술을 지원받으려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5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북한으로부터의 병력 및 탄약 등을 계속 지원받는 것이 절실하다. 또한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북한은 듬직한 우군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이 파병 대가로 기대하는 대규모의 경제 지원과 최첨단 무기, 핵심 군사기술 등의 공급에는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북·러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북한을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은 북한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매개로 동해 출해권을 확보함으로써 안보적, 경제적 실리를 노린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그 대가로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반대급부를 기대할 것이다.

우리는 북·중·러의 밀착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신냉전’이라는 경직된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북한, 러시아, 중국 간 이해관계의 틈새를 잘 포착해 실용외교의 차원에서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러시아에 중국은 경계의 대상이고 북한은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호혜적 협력 파트너다. 한·러 간에는 에너지, 북극항로, 교역 등 다방면에서 협력의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러 협력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념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실용외교의 기본 아닌가.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