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발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소비자물가가 두 달째 3%대 상승을 이어가며 2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더 커지는 형국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어제 취임하자마자 “서민 생활에 부담되는 물가관리에 최우선 집중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랐다. 경유와 휘발유 등 석유류가 약 4년 만에 최대폭인 24.7%나 급등,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파와 쌀 등 먹거리 가격까지 들썩이며 생활·밥상물가도 뛰었다. 재정경제부는 석유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3.6%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생색내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 왜곡과 재정부담 등 부작용이 많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역대급 수출호황과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오르는 기현상도 지속하고 있다. 2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이 달러당 1501.93원에 달했다. 분기 평균환율이 1500원을 웃도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달 들어 환율은 1550원대로 치솟았다. 조만간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대미투자가 현실화하면 1600원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고 기업투자와 내수도 쪼그라들게 한다.
고물가·고환율 방어를 위해 돈줄 죄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실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긴축 충격에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빚으로 버티는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등 취약계층의 이자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정부는 취약계층과 중소·한계기업의 고통을 덜어주는 ‘핀셋 지원’에 집중하되 물가와 환율을 자극하는 팽창재정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이유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사했는데 대내외 여건이나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발등의 불은 환율불안을 진정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들여온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체결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미국도 양국 정상회담에서 외환 안정에 합의했고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해서는 대미투자도 제때 집행되기 힘든 만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다. 기업들이 해외에 쟁여두고 있는 수출대금을 국내로 환류시키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