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무역협정 연장 거부… “갱신 대신 매년 재검토”

美, 통상이익 극대화 포석

對멕시코 무역 적자 늘자 돌변
10년 내 연장합의 불발 땐 종료
7월 내로 멕시코와 추가 협상
갈등 산적한 加와 회담은 미정

美관료 “새 의정서 체결도 가능”
‘멕시코·加 거점’ 韓기업도 부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현행대로 연장하지 않고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통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정 내용을 손질하려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USMCA 협상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두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온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1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USMCA 연장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이 현행 협정 갱신에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USMCA 연장 문제를 논의했지만 미국이 현행 협정 갱신에 반대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회의 후 성명을 내고 “미국은 현행 형태의 USMCA 갱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협정의 미비점과 멕시코·캐나다와의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해결되거나 협정이 종료될 때까지 협정은 계속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 위해 체결돼 2020년 7월 발효됐다. 이 협정은 기존 NAFTA의 틀을 상당 부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무역 등 변화한 경제 환경을 반영하는 한편, 자동차와 노동 규정을 강화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협정 유효 기간은 16년이다. 6년 마다 협정 연장 여부를 재검토하므로 올해가 첫 번째 검토 기한이다.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는 협정 지속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이 반대하면서 협정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협정문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3국은 연장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매년 공동 검토를 이어가게 되며, 10년 내 만장일치로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USMCA는 2036년 자동 종료된다.

멕시코 대통령, 협의 결과 발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논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멕시코시티=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USMCA를 “역대 가장 공정하고 균형 잡힌, 유익한 무역협정”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이후 미국의 대멕시코 상품 무역적자가 확대되자 태도를 바꿨다. 기업들이 대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이전하면서 미국의 적자가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USMCA가 미국의 무역 불균형 해소에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캐나다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도 USMCA의 연장이 불발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협정 재검토 과정에서 농업, 금속, 자동차 등 여러 분야의 규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무관세 적용을 위한 북미산 부품 비율을 현행 75%에서 82%로 높이고, 자동차 자재의 50%는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이런 원산지 규정을 새로운 자동차 부품 유형으로 확대하고, 전자제품 등 다른 산업에도 새로운 역내 생산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0일 멕시코시티에서 멕시코시티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USMCA) 재검토를 위한 회담이 진행된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이 국립궁전을 나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는 이달 내로 다시 회담을 열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빨리 합의를 마무리하길 원하며, 대통령 임기 종료 전 멕시코, 캐나다와 각각 별도의 새로운 의정서를 체결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다”고 NYT에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의 협상은 미정이다.

협정의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북미 지역 기업과 농민, 노동조합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연례 검토 체제가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키워 북미 공급망 강화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온 한국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요구대로 부품 및 원산지 규정이 수정 합의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북미 시장 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