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사태, 기승전 ‘어른’은 없었다 [현장메모]

‘5·18 폄훼 응원’ 논란을 빚은 배재고에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1일 ‘출전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아이들의 행동이 심각한 역사 인식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는 큰 사회적 이견이 없다. 잘못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다만 징계까지 사흘간, 교육은 제대로 작동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사태를 수습하고 교육해야 할 어른은 어디에 있었나.

경기 당일, 구호를 ‘듣지 못했다’며 즉각 제지하지 않은 배재고 코치진과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욕설로 응수한 광주일고 코치진이 있었다. 고교 체육계의 폄훼성 응원을 방치해 온 학교당국 책임도 무겁다. 배재고 교원들은 ‘AI 사과문’으로 논란을 키웠고, “아이들의 우발적 행동”이라며 책임과도 거리를 뒀다.

 

박아름 사회부 기자

교육 당국 대응도 아쉬움을 남겼다. 5월 간담회에서 “한계나 대립이 나타나면 합의와 순화를 통해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던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SNS에서 제자들을 공개 질책했다. 교육적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은 ‘위로’를 명목으로 광주일고를 찾았으나, 풀 죽은 학생들과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도리어 정치 행보라는 비판만 낳았다.



온라인은 더 심각했다. 사회의 쓴맛을 보여주겠다며 선수들 신상을 퍼나르고, 더 큰 혐오를 퍼부었다. 교문 앞 조롱 섞인 근조화환은 사태와 무관한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혐오를 또 다른 혐오로 응수하는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은 반성을 배울까, 아니면 사회를 향한 적대감만 키울까.

출전정지 6개월이 어떤 교육적 효과를 담보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선수들은 대학 진학과 프로 진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추가 징계와 학내 처분도 남았다. 교육 목적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아 공동체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면, 이번 처분을 학생들의 성찰을 이끌 교육적 조치로 받아들일 순 없다.

‘무차별적 비방이 쏟아진다’는 우려에 “여론이 안 좋아서 저희도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는 한 교육계 관계자 말에서 우리 교육이 마주한 서글픈 민낯을 본다. 어른들의 뒷짐 속 엄벌주의가 교실을 삼키고, 교육공동체의 신뢰 붕괴를 자처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