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참사는 감독이나 선수 개인의 실패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축구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번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 수십 년간 누적된 한국 축구의 구조적 병폐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고 진단했다. 단기 성적에 매달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장기 비전과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대한축구협회 거버넌스 개혁부터 대표팀 운영 방식까지 한국 축구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처방이다. 지금 변화하지 못하면 2030년과 2034년 월드컵에서도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가 반복적으로 같은 실패를 겪는 근본 원인으로 축구적 전문성이 부족한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김 위원은 “대표팀 감독 선임은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과 장기적인 방향을 먼저 정한 뒤 그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외국인 감독이 불편하다는 이유처럼 조직의 편의가 아니라 대표팀 경쟁력을 가장 높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행정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좋은 선수였다고 좋은 행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행정을 하나의 전문 분야로 보고 장기적으로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대표팀뿐 아니라 유소년과 학교, 프로축구까지 한국 축구 생태계 전반을 함께 손질하는 장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 참사를 한국 축구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근시안적인 행정과 견제 장치 부재가 장기간 누적된 결과”라며 “대표팀 성적이 아니라 왜 이런 결과가 반복되는지 행정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거버넌스 개혁 방향으로는 견제와 전문성이 작동하는 운영 체계를 제시했다.
장 위원은 “잉글랜드축구협회처럼 의장과 CEO(최고경영자), 기술 디렉터가 역할을 분리해 상호 견제 속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행정과 경영, 축구 전문성이 분리돼 특정 개인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축구를 사례로 들며 “장기 계획을 일관되게 실행해 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실행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단기 성적보다 시스템 정상화가 우선이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대표팀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인적 쇄신 없이는 어떠한 제도 개혁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혁신의 핵심은 결국 사람인데, 현재의 축구협회는 기존 기득권이 권력을 손쉽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닫힌 구조”라며 “이 고착화된 운동장을 넓히지 않으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개혁의 출발을 알리는 현실적 방안으로는 축구협회장을 뽑는 ‘선거인단 확대’를 제시했다. 박 위원은 “지역 중심의 대의원을 일부 손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현재 200여명 수준의 선거인단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더 많은 인재가 진입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다음 대회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대응에서 벗어나 팬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버넌스를 장기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