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개입 의혹을 직접 수사하기로 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특별감사를 예고했고, 국회는 ‘끝장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부진을 계기로 감독 선임 논란과 협회 운영 책임론이 다시 불붙으면서, 대한축구협회는 경찰 수사와 문체부 특별감사, 국회 청문회가 동시에 진행되는 ‘3중 포위’ 상황에 빠졌다.
서울 종로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은 1일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2024년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해부터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진행했지만 장기간 법리 검토에 머물렀다. 그러나 행정법원 1심 판단과 월드컵 이후 상황 변화 등을 계기로 서울경찰청이 직접 사건을 맡게 되면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보수 성향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정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이사, 홍명보 전 감독 등을 강요·협박·업무방해·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시민단체는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아울러 서민위는 지난 2024년 제기한 고발 사건이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도 칼을 빼 들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대한축구협회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체위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고 당면한 현안인 만큼 청문회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리면 월드컵 종료 후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인 정 회장과 조별리그 탈락 직후 사퇴한 홍 전 감독 등이 핵심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협회 운영 전반을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그동안 논란이 이어져 온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전 감독 선임 과정, 대한축구협회의 이른바 ‘밀실 운영 의혹’ 등이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에서 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까지 진행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맞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정타는 월드컵이었다. 대한민국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며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대표팀 부진은 그동안 누적돼 온 감독 선임 논란과 협회 운영에 대한 불신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체육행정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체부가 정확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밝혔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역시 “월드컵 실패 원인을 국민 앞에 명확히 규명하겠다”며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고강도 특별감사를 예고했다. 감독 선임 과정뿐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운영과 선수단 관리, 내부 통제 전반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국회 청문회 개최까지는 정치권 변수가 남아 있다. 지난 30일 더불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데 반발한 국민의힘은 문체위를 포함한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사임계를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위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대표팀의 월드컵 부진과 감독 선임 논란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문회 개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위는 당시 홍 전 감독 선임에 반발했던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관련 의혹을 종합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경찰 수사와 특별감사, 청문회 추진 등 전방위 압박 속에서도 현재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팬들의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책임 있는 설명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