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의 동맹이 되기 위한 조건은 과거처럼 ‘공유된 가치’, 혹은 ‘안보 이해관계’가 아니라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액시오스는 2일(현지시간) “AI가 경제력과 군사력의 핵심 요소가 되면서, 최첨단 AI 모델, 반도체, AI 인프라는 미국 영향력의 새로운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미국에게) 유럽과 전 세계 다른 파트너들과의 동맹은 공유된 가치와 안보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미국이 동맹국을 ‘평가’하는 기준이 미국의 AI 공급망에 대한 기여도라는 얘기다.
액시오스가 든 한 가지 예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앤트로픽의 ‘미토스’, ‘페이블’ 등 최첨단 AI 모델에 대해 수출 통제를 했다가 이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유럽이 자체적으로 강력한 AI 산업을 갖추지 못한 점을 비판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더 액시오스 쇼’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기업가 정신 측면에서 길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북해의 석유·천연가스 등을 개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문제는 AI 시대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J D 밴스 부통령도 지난해 파리 AI 서밋에서 한 연설에서 혁신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EU의 AI 접근을 비판한 바 있다.
경제안보 파트너십인 ‘팍스실리카’도 미국이 동맹국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보여주는 한 예시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AI 공급망 및 핵심 광물 확보 구상인 팍스실리카를 출범하고 공을 들이고 있다. 팍스실리카는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겪은 뒤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간의 공급망 안정을 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제안보 파트너십이다. 지난주 미 국무부는 ‘팍스 실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는데, EU와 유럽 국가들이 추가로 팍스 실리카에 참여했다. 한국은 초기 참여국이다. 공급망 교란 요인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이 구상에 파트너국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느냐가 동맹의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이 만든 ‘글래스윙 프로젝트’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강력한 AI 모델이 사이버안보 거버넌스에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기관에게만 최신의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하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미 상무부가 모델 접근 권한을 철회할 권한을 유지하겠다고 하면서 미국이 모델 접근권을 언제든지 거둬들일 수 있는 ‘전략 무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토마 레니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에 따르면 EU는 글래스윙 프로젝트를 통해 미토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가장 발전된 AI 기술을 둘러싸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앞으로 일부 경우에만 미국의 신뢰받는 파트너로 간주되는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