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에 빠진 업황에 자금줄까지 막힌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법원은 6월 말까지 2천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방안을 소명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 수정안에는 실질적인 외부 자금 조달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책임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자금 수혈이 막혔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금을 에스크로에 예치했으나, 나머지 1천억원에 대해서는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MBK는 1천억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미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과 신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했다며 맞섰다.
사모펀드와 금융지주회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와중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지난 4∼5월 임금이 뒤늦게 지급됐고 6월 월급도 받지 못했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가결 시한을 연장했던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악화, 기한을 더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회생계획안(수정안 포함)은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의 심리·의결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이 14일 이내에 제기되지 않을 경우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 14일 내 즉시항고 변수…해결 안 되면 별도 파산 절차 수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대신 자금 조달 문제가 해소돼야 하며 이 경우 회생절차를 새로 밟는 방식의 재도의(재신청)도 가능하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 후 즉시항고하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서울회생법원 재판부가 스스로 폐지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 경우도 지금까지 회생계획 인가의 걸림돌이었던 자금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기간은 2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결국 홈플러스는 7월 중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이 파산 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메리츠가 홈플러스 62개 자가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는 상황으로 파산 관재인 역할은 작다. 결국 메리츠가 점포 매각 등 담보권 실행 절차를 따로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 '1만2천명' 실직…중소기업·점주·전단채 투자자까지 연쇄 타격 불가피
홈플러스 직원과 입점 업체 점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 전단채 투자자들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보게 됐다.
지난 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1만2천명가량이다. 이들과 대형마트 주차·카트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 1천명까지 모두 실업자가 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아직 받지 못한 납품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7천400만원으로, 이들은 대금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 채권인데,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원에 불과하다.
후순위 채권자 격인 전단채 피해자 역시 4천19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구제받기 어렵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동자들이 국회와 정부를 향해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나서달라며 단식을 해왔던 만큼 당황스럽다"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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