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자 고환율로 원자재 수입 부담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15조원 규모의 금융·세제 패키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환율 등에 따른 경영 애로 중소기업 긴급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중기 62% “피해 심각”
이틀 연속 155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3원 하락한 1544.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예상을 밑돈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꺾인 영향이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1555.8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5일(1568.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환율이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쏠림이 심화할 경우 즉시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환율이 지속되자 원자재 수입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환율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62.7%는 고환율 피해 수준을 ‘심각’ 또는 ‘매우 심각’으로 답변했다. 이달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도 전월대비 1.4포인트 하락한 78.2를 기록했다. 경기전망지수는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애로(복수응답)를 조사해보니 매출부진(53.5%)에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42.2%)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환변동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 환율은 평균 1362.6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율이 높아 수·출입 병행 중소기업 중 40.7%는 환율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응답했고,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81.6%)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의 87.9%는 환율 변동 대비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 14조9000억원 긴급수혈…경영안정자금 중기 전용트랙 신설
이에 정부는 수입 중소기업 등에 무역보험이나 환변동보험 지원을 강화하고, 세금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등 금융·세제를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먼저 고환율 등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총 14조9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한다. 중동상황 피해기업 등을 위한 정책금융 23조7000억원 중 잔여 여력 13조8000억원을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영애로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고, 신규자금으로 1조1000억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 내 고환율 등으로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전용 트랙을 신설한다. 원부자재 수입비중이 매출액의 20% 이상인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액·영업이익 감소 요건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 대응을 위한 한국수출입은행의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당초 7조원에서 8조원으로 1조원 추가 확대하고 금리우대도 0.2%포인트 확대한다. 수은 조달 원가 수준 금리로 대출하는 ‘고환율 극복 초저금리 상생 대출’도 신설한다. 기술보증기금 긴급경영안정보증의 보증 비율은 95%에서 100%로 높이고 보증료율 감면 폭도 0.3%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확대한다.
수입기업은 무역보험과 환변동보험 지원을 강화한다. 수출실적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도 수입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내년 4월까지 중소·중견기업의 수입보험료를 50% 할인한다. 핵심 원자재 수입비용이 증가한 중소·중견기업에 무보 수입 자금 대출 보증 한도를 최대 2배 우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환변동 리스크 완화를 위해 환변동보험 공급 규모를 1000억원 추가 확대하고, 환변동보험료 할인폭도 15%에서 30%로 확대한다. 이 외에도 수출바우처 내에 고환율 등에 따라 경영 애로를 겪는 기업을 위한 전용 트랙을 신설해 100억원을 지원하고, 수출바우처 내 무역보험료 지원 한도도 당초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확대해 주기로 했다.
고환율로 경영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게 세제·세정과 상생협력 지원도 강화한다. 법인·부가·소득·관세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수입원자재 부담 경감을 위해 보세공장 내 생산품 과세신청시점을 원료 사용 전 신청에서 제품생산 후 수입신고 전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회사와 중소기업 간 상생을 평가하는 상생금융지수 평가 세부지표 마련 시 고환율 등 경영애로 중소기업 지원 실적을 반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