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6-07-03 14:33:54
기사수정 2026-07-03 14:33:53
동일 재판부, 불법 후원 '실행' 인정하면서도 '공모'는 선 그어
"피고인(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에 관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
지난달 20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에 적시된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선 등에 '쪼개기' 방식으로 거액을 후원한 혐의를 두고 자금 제공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은 3일 유죄(벌금 500만 원)를, 수혜자 측인 이 전 부지사는 앞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같은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가 심리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불법 자금 흐름을 두고 유·무죄가 엇갈린 결정적 법리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가 두 사람에 대해 판단을 달리 한 핵심 기준은 결국 '실행'과 '공모(사전 모의)' 여부였다.
법원은 이날 김 전 회장에 대해 선고하면서 그가 쌍방울 그룹 임직원 명의를 동원해 한도를 초과한 후원금을 낸 '행위 자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자금을 조성하고 기부한 물리적 실행자가 김 전 회장 본인이며 그 자신도 범행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재판의 핵심 쟁점은 불법 기부 행위를 이 전 부지사가 지시했는지, 혹은 김 전 회장과 사전에 모의했는지 여부였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부 역시 김 전 회장 측의 불법 후원 배경에 이 전 부지사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내비쳤다.
판결문에는 김 전 회장이 한도액에 맞춰 여러 사람 명의로 기부한 점, 사전 연락이 없었다면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타인 명의로 기부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이 전 부지사의 관여가 의심된다는 점이 명시됐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주의 법리에 따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이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해 사전에 연락을 취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이 무죄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여기에 배심원 7명이 장시간의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점도 재판부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결국 재판부는 불법 후원의 '실행'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 전 부지사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의심은 가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면서 쪼개기 후원 사건은 실행자인 김 전 회장만 처벌받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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