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행방묘연 ‘통영 살인범’…“죽을 때까지 태움” 20대 간호사 사망 [금주의 사건사고]

7월 첫째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경남 통영의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이 흉기로 살해됐으나 사건 발생 한 달여가 지나도록 용의자가 검거되지 않고 있다. 광주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친부가 현직 경찰관 신분임에도 핵심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도 포착됐으며, 20대 간호사가 이른바 ‘태움’(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 통영 주택 안방서 60대女 흉기피살…용의자 오리무중

경남 통영시 한 주택가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난 용의자 모습이 담긴 수배 전단. SBS 보도화면 캡처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전 6시34분쯤 통영시 한 주택 안방에서 60대 여성 A씨가 숨져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당시 주택 별채에서 자고 일어난 A씨 남편이 최초 발견해 신고가 이뤄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주택 폐쇄회로(CC)TV를 통해 같은 날 오전 2시쯤 해당 주택에 한 남성이 침입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A씨가 흉기로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지만 26일째 오리무중인 상태다. 용의자는 사건 당시 모자와 복면을 착용한 데다 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어 신원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을 빠져나가는 남성은 왼손에는 종이 가방이, 오른손에는 생활 안전 단말기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통영 살인 용의자 사진이라며 한 남성 얼굴 사진이 퍼지고 있지만 경찰은 실제 사진과 다른 가짜 사진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최근 SNS에 퍼진 사진과 유사한 모습이 찍혀 있으나 용의자 눈매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얼굴 윗부분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 장윤기 리얼돌 버린 경찰 아빠…경찰 부실수사 의혹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씨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광주=뉴시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이 과거 함께 근무했던 경찰 수사팀의 도움으로 아들의 수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핵심 증거물을 폐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5월5일 새벽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고등학교 2학년 이채원양을 흉기로 살해한 장씨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씨가 성폭행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단서를 확인해, 혐의를 형량이 더 무거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장씨가 범행 당시 납치·강간 목적으로 자신의 차량 오른쪽 뒷문을 열어놓은 채 피해자에게 접근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했다.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는 광산서 수사팀의 수사 기밀 유출과 장 경감의 증거인멸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장 경감은 장씨 범행 직후 광산서 수사팀 관계자로부터 아들의 자취방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 경감에게 이 정보를 준 인물은 과거 그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경찰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경감은 범죄 발생 사흘 뒤인 5월8일 아들의 원룸을 방문해 훼손된 리얼돌과 매트,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 등을 외부로 반출해 폐기했다.

 

특히 경찰은 ‘리얼돌에서 장씨 DNA가 검출됐다’는 국과수 감식 보고서를 송치 나흘 뒤에 회신 받고도 곧바로 검찰에 추가 송부하지 않았다. 전산 기록 전송 과정에서 실무자 실수가 있었고 뒤늦게 이를 확인한 지난 2일에야 검찰에 추가로 보냈다. 범행 당일 장씨를 체포한 경찰은 범죄에 이용된 차량을 긴급수색했지만, 압수조차 하지 않은 채 다음날 장 경감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장 경감이 보관·관리 중이던 차량을 재압수수색한 검찰은 차량 트렁크 수거함에 숨겨져 있던 과거 블랙박스 SD카드를 확보했다. 그 안에는 장씨가 과거 성범죄 의지를 시사하는 음성파일 등이 있었다.

 

경찰청은 장씨 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원룸 주소·현관문 비밀번호 전달과 부친과의 통화 연결 등 절차가 적절했는지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조치의 적정성 여부는 감찰 결과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경위를 묻는 검찰에 장 경감은 “아들이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내몰리는 상황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빨리 처분하려 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대 간호사 태움 사망’ 사건…경찰, 전담수사팀 구성

지난달 태움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뒤 사망한 20대 간호사 강수빈씨의 사진을 유족이 언론에 공개했다. MBC 보도화면 캡처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2일 수사·의료수사담당·피해자보호 등 경찰 약 15~20명으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20대 간호사가 태움을 당해 숨진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3일 유족을 불러 관련 기록을 토대로 괴롭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후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경기 광주지역 소재 한 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 강수빈씨는 지난달 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는 선배 간호사에게 동료들도 있는 자리에서 “자살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숨지기 전 “하루하루 지옥 같다. 하지만 그만두면 월세를 못 내 그 지옥으로 계속 뛰어들어야 한다” 등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퇴사 직후 노동당국에 태움 피해 신고도 했는데 노동당국은 강씨의 주장을 일부 사실로 받아들여 해당 병원에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정 수위나 이행 여부가 병원 측의 자율 결정에 맡겨져 있어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 자신의 SNS에 “태움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며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명확히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