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3군 장교가 처음부터 함께 배우면서 미래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지만, 반대 측은 각 군의 전문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논란은 사관학교를 어떻게 합칠지를 넘어, 미래전에 맞는 장교를 어떻게 키우고 우수한 청년들이 군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육사는 지상작전, 해사는 함정·해양작전, 공사는 항공·우주작전 분야 장교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 각 군의 작전환경에 맞는 교육과 훈련을 해왔다. 통합 논의는 단순한 학교 통폐합을 넘어 군이 장교를 키워온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1·2학년은 함께, 3·4학년은 각 군별로
현재 거론되는 구상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바로 합치는 방식이라기보다, 사관생도를 통합 선발한 뒤 1·2학년에는 공통교육, 3·4학년부터는 각 군별 전문교육으로 나누는 방식에 가깝다.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통합 추진을 언급한 뒤 국방개혁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당시 육·해·공사를 통합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사관학교 통합론은 인공지능(AI)·드론 등으로 전쟁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든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4월 ‘미래 국방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관학교 통합 추진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AI·드론·사이버·우주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 공통교육 통합, 교육자원 결집 필요성 등을 다뤘다. 드론이 정찰하고, AI가 작전 판단을 돕고, 사이버·우주 영역으로 전장이 넓어진 시대에 육·해·공군이 따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이 통합론의 문제의식이다. 통합론은 생도 때부터 함께 배우고 훈련해야 장교가 된 뒤에도 함께 싸울 수 있다고 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군 지휘서신에서 사관학교 교육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히며 “사관학교 입학성적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관학교가 인재들에게 비전과 잠재력을 펼칠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의 비전·목표, 교수진, 시설·인프라, 교육과정의 근본 개혁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안 장관의 발언을 보면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우수 인재 확보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동성 강화냐, 전문성 약화냐
통합 반대 측에서는 합동성 강화 필요성은 인정하더라도, 통합의 시기와 교육 내용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각 군의 기본기를 충분히 익히기 전 통합교육이 이뤄지면 전문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군은 함정·해양작전, 공군은 항공·우주작전과 조종사 양성 등 특수성이 크다고 본다. 육·해·공사 총동창회는 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는 등 반발도 조직화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군 내부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방부가 이르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험생 혼란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국방부는 통합 선발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통합 선발과 공통교육 틀을 만드는 것만으로 장교 직업의 매력이 회복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이 군을 선택하게 하려면 임관 뒤 처우, 경력 개발, 전역 후 진로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사관학교 통합 논쟁은 교육기관 개편과 동시에 장교라는 직업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논쟁이다. 관건은 함께 배워야 할 공통 역량과 각 군별로 따로 깊게 익혀야 할 전문성을 어떻게 나눌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 선발 시점, 군별 선택 방식, 수험생 혼란을 줄일 공론화 절차도 함께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