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기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크게 낮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담배를 끊기엔 늦었다’는 생각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금연 효과는 2년 이내부터 나타나며, 8년 이상 금연을 유지한 사람은 현재 흡연자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41.8%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 금연 오래할수록 알츠하이머 위험 급감
경희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연 기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단계적으로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치매 질환이다.
연구팀은 2002∼202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성인 140만3636명을 평균 10.5년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를 건강검진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흡연 상태를 기준으로 비흡연자, 지속 금연자, 현재 흡연자로 나눴다. 또 이중 일시적으로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웠거나 흡연 상태가 불규칙한 사람은 ‘지속 금연자’에서 제외했다.
분석 결과 추적 기간에 모두 5만8519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새롭게 발생했으며, 현재 흡연자의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비흡연자보다 24.6% 높았다.
금연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뚜렷하게 낮추는 양상을 보였다.
금연 기간이 길수록 위험 감소 폭은 커졌으며, 8년 이상 장기간 금연을 유지한 경우에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41.8%나 낮아졌다.
◆ 신경퇴행성 손상 완화에 일정 시간 필요
흡연은 뇌혈관을 손상시키고 만성 염증을 유발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금연 후 시간이 지날수록 흡연으로 인한 뇌 손상이 회복되면서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금연 직후부터 알츠하이머병 위험 감소 신호가 나타났다는 점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실제로 담배를 끊은 지 2년 미만인 사람은 평생 비흡연자에 견줘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13.6% 높았지만, 현재 흡연자보다는 위험이 낮았다. 나아가 2년 이상 금연하자 그 위험 수준은 비흡연자에 근접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담배를 끊은 직후부터 일부 뇌혈관 기능과 염증 반응이 회복되기 시작하지만, 흡연으로 누적된 신경퇴행성 손상이 충분히 완화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금연 효과, 장기간 유지시 더 크게 나타나
연구팀은 기존 연구와 달리 알츠하이머병만 별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대다수 연구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모두 합친 ‘전체 치매’를 분석해왔는데, 흡연은 혈관 손상과 신경퇴행을 동시에 일으키는 만큼 질환별 차이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수십 년 전부터 병리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어서 금연 효과 역시 단기간보다는 장기간 유지될 때 더 크게 나타난다”며 “8년 이상 장기 금연군에서 가장 뚜렷한 위험 감소가 확인된 게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연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 혈압·혈당 관리,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