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막고, 또 막고'…카보베르데 GK 보지냐의 아름다운 '마침표'

아르헨과 32강전서 세이브 8개…북중미 대회 4경기서 '18개 세이브'

"우리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이번 대회에서 떠납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최고 돌풍의 팀으로 손꼽힌 '인구 58만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의 도전이 32강전에서 만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벽에 막혀 마침표를 찍었다.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AFP연합뉴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의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2026 북중미 대회를 통해 역대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조별리그 통과조차 의문부호를 달았던 카보베르데는 당당히 토너먼트에 오른 뒤 4일(한국시간) '막강 전력' 아르헨티나와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석패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카보베르데 대표팀 선수 가운데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팬들의 뇌리에 남을 전망이다.

보지냐는 이날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20분 연장 혈투를 치르는 동안 8개의 세이브를 펼치며 3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보지냐는 전반 29분 아르헨티나의 '캡틴' 리오넬 메시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날 경기에서 메시의 유효 슈팅을 5개나 걷어내는 선방쇼를 벌였다.

보지냐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18개의 세이브(스페인전 7개·우루과이전 0개·사우디아라비아전 3개·아르헨티나 8개)를 기록했다.

보지냐의 활약을 칭찬한 아프리카축구연맹 SNS. 아프리카축구연맹 SNS 캡처.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보지냐의 활약에 '막고, 또 막고, 계속 막았다'며 영웅적이라고 칭찬했다.

통계전문 매체 옵타에 따르면 단일 월드컵에서 보지냐보다 더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40대 골키퍼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피터 쉴턴(잉글랜드·7경기 28개)과 1982년 스페인 대회 때 디노 조프(이탈리아·5경기 27개) 2명뿐이다.

보지냐는 스페인과 맞붙은 조별리그 H조 1차전 때부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페인의 대승이 예상됐지만, 보지냐가 육탄 방어로 골문을 걸어 잠그면서 카보베르데는 '깜짝' 0-0 무승부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불혹의 나이에 처음 밟은 월드컵 무대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친 보지냐는 곧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2차전부터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난적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2차전(2-2무)에서 보지냐는 세이브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3차전에서도 3차례 세이브로 0-0 무승부를 이끌며 카보베르데가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카보베르데의 32강전 상대는 직전 대회 챔피언으로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는 메시를 비롯해 스타 플레이어들이 잔뜩 포진한 아르헨티나였다.

보지냐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시와 겨뤄보는 게 나의 꿈"이라고 말했는데, 마침내 그의 꿈이 실현됐다.

'꿈의 상대' 메시와 만난 보지냐는 열정적인 방어로 메시가 시도한 6차례 유효 슈팅 가운데 단 1골만 허용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몸을 날려 선방하는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AFP연합뉴스

카보베르데 역시 우승 후보와 대결에서 연장 혈투까지 이어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2-3으로 패하며 역대 첫 월드컵의 여정을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아름다운 동화로 마무리했다.

보지냐는 경기가 끝난 뒤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오늘 경기는 보지냐와 메시의 대결이 아니라 카보베르데와 아르헨티나의 대결이었고, 우리는 싸웠다. 경기에서 이기려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이기지 못했고, 결과도 슬프지만, 우리가 치른 경기와 이번 월드컵에서 이뤄낸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자랑스럽다"고 의미를 뒀다.

그는 "우리는 아프리카 예선을 통과하며 꿈을 이뤄냈다. 이는 카보베르데 국민의 꿈이었다"며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 최고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축구협회, 코치진, 모든 팀 동료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모두 환상적이고 멋졌다. 우리는 고개를 당당히 들고 이번 대회에서 떠난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