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아이돌' 매력…리센느, '新 국민 아이돌' 탄생

K-팝이 '글로벌'이라는 무한한 영토를 향해 팽창하며 빌보드와 해외 스타디움으로 시선을 던질 때, 대세 걸그룹 '리센느(RESCENE)'는 역설적으로 가장 구체적인 지역의 지표면으로 온기를 향해 하강했다.

 

앞서 리센느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원이와 리센느 멤버 미나미가 거제에서 자연스럽게 쏘아 올린 "거제 야호"라는 유쾌한 밈(meme)은 이제 전국구 단위의 단단한 연대로 확장되며, 작금의 가요계에 잊히고 있던 '국민 아이돌'의 계보를 새롭게 복원해 내는 중이다.

리센느가 대중의 마음을 관통한 궤적은 기획된 완벽함이 아닌, 우연이 빚어낸 '날것의 솔직함'에서 출발했다. 숏폼 플랫폼을 타고 번진 이들의 유쾌한 일탈은 고도로 정제된 아이돌 산업의 숨 막히는 강박 속에서 대중에게 묘한 해방감을 안겼다.

 

그리고 이 휘발성 짙은 화제성은 이내 미니 1집 타이틀곡 '러브 어택(LOVE ATTACK)'의 차트 역주행이라는 실체적 성과로 치환됐다. 밈으로 호기심을 연 대중이 이주헌 대표가 이끄는 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탄탄한 A&R을 통해 빚어낸 고품질의 음악에 정착하는, 가장 이상적인 선순환의 구조를 증명한 것이다.

 

그 인기의 진폭은 곧장 오프라인의 지도 위로 번져나갔다. 원이의 고향 거제를 시작으로, 리브의 수원, 제나의 경주에 이어 최근 메이의 고양특례시까지 연이어 지역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팬들과 대중은 마치 주사위를 던져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랜드마크를 세우는 보드게임에 빗대어 이들에게 '부루마블 아이돌'이라는 애정 어린 수식어를 헌정했다. 여전히 가상의 메타버스 세계관을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는 동시대 그룹들과 달리, 리센느는 한국의 구체적인 지명과 지역성을 자신들의 서사 안으로 끌어안으며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이러한 행보는 팬덤 '리마인(RE:MINE)'의 성숙한 연대를 통해 하나의 사회적 훈풍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최근 리마인은 리센느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거제, 경주 등지에서 자발적으로 관광지 바가지 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다. 아티스트가 지역의 친근한 얼굴이 되자, 팬덤이 그 지역의 가치와 일상을 함께 지켜내는 주체로 나선 것이다. 가장 보편적이고 거대한 공감은, 결국 가장 구체적인 장소의 지표면에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설 때 비로소 정확해진다는 미학적 진리가 아이돌 산업과 팬덤 문화 안에서 증명된 셈이다.

 

국위선양이라는 거창한 훈장을 단 '국가대표 아이돌'은 넘쳐나지만, 정작 대중과 내밀한 정서적 유대를 맺는 '국민 아이돌'은 희귀해진 시대다. 완벽한 우상보다는 나의 결핍을 이해하고 삶의 궤적을 공유하는 동네 친구 같은 아티스트가 절실했던 것이다. 앞서 방탄소년단(BTS)이 광화문광장 공연을 통해 국가대표의 무거운 외피를 벗고 시민들의 보편적인 삶 안으로 스며들며 국민가수의 반열에 들어섰듯, 리센느 역시 치밀한 하향식(Top-down) 기획이 아닌 친근한 상향식(Bottom-up) 소통으로 자신들만의 다정한 영토를 구축하고 있다.

 

오는 8일 발매되는 리메이크 싱글 '프리티 걸(Pretty Girl)'은 이들이 써 내려가는 서사에 강력한 쐐기를 박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원곡자인 2세대 대표 걸그룹 '카라(KARA)' 역시 화려한 신비주의 이면의 털털하고 친숙한 '생계형 아이돌' 매력으로 대중과 호흡하며 국민 아이돌 반열에 올랐던 팀이다. 카라 특유의 당당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리센느만의 몽환적이고 청량한 색채로 재해석하는 이번 컴백은, 지역성과 친밀감으로 단단하게 다진 이들의 대중성을 폭발시킬 가장 주효하고도 아름다운 반등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기대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