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도 잘 모르고 의사는 더 모르는 병원 건축의 실제/홍창표/ 청년의사/2만9000원
병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외래와 병동, 수술실, 중환자실, 검사실, 물류 시스템, 전기·기계 설비가 24시간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는 고도의 복합 시설이다. 그러나 정작 병원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의료진과 건축가가 서로의 전문 영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건축가도 잘 모르고 의사는 더 모르는 병원 건축의 실제’는 이러한 소통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쓰인 병원 건축 실무서다. 설계사무소와 대형병원에서 15년 넘게 병원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저자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건축의 핵심 원리와 실제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저자 홍창표 강남세브란스병원 새병원추진본부 건축팀 건축파트장은 대형 설계사무소인 현대종합설계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09년부터 연세의료원에서 연세암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등 굵직한 신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이끌어 온 병원 건축 전문가다. 그는 기획과 설계, 시공은 물론 준공 이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와 개선 작업까지 직접 경험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은 화려한 건축 이론보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감염 관리가 중요한 호흡기내과와 접근성이 핵심인 채혈실 등 진료과별 특성에 맞는 동선 계획을 비롯해 고층 병원에서 중요한 승강기 운영과 회전문 설치 기준 등 실제 설계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수술실 위층에 식당을 배치해 누수 위험을 키우거나 MRI실 아래에 청각검사실을 두어 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처럼 공간 배치의 오류가 의료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짚어낸다. 또한 침대에 누운 환자의 시선을 고려한 천장 디자인, 인접 공간과 최소 2.5Pa 이상의 압력 차를 유지해야 하는 음압병실 설계, 너스콜의 적정 설치 위치 등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세부 설계 원칙도 폭넓게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병원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소통’으로 꼽는다. 의료진에게는 당연한 운영 원칙이 건축가에게는 낯설 수 있고, 반대로 건축가의 설계 논리는 의료진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설계 누락이나 예산 낭비, 시공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료진과 건축가가 병원 건축을 바라보는 상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작은 오해가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며 “이 책이 병원 건축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 두 집단의 소통을 돕는 통역자이자 안내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