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력 대권 주자의 ‘운명’, 7일 법원 선고에 달렸다 [이 사람@World]

파리 항소법원, 르펜 공금 횡령 사건 2심 선고
1심은 가택 연금 2년에 5년간 피선거권 박탈
원심 판결 유지 땐 2027년 대선 출마 불가능
현재 지지율 1위… 佛 정가 대혼란 휩싸일 듯

요즘 프랑스 국민 대다수의 눈길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쏠려 있다. 우승 후보인 프랑스는 32강전에서 스웨덴을 3-0, 16강전에서 파라과이를 1-0으로 잇따라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그런데 시선을 프랑스 국내 정치로 돌려보면 오는 7일(현지시간) 파리 항소법원에서 내려질 판결 하나에 이목이 집중된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지도자이자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57)의 정치적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RN 소속 하원의원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마린 르펜이 하원 본회의장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오는 7일 파리 항소법원이 르펜의 공금 횡령 혐의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 그는 2027년 4∼5월로 예정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게티이미지

4일(현지시간) BBC 방송은 ‘대권 레이스에서 르펜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순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공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르펜의 2심 선고를 앞둔 프랑스 정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프랑스 검찰에 따르면 르펜은 2004∼2016년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보좌진을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보조금을 받아낸 뒤 실제로는 자신의 소속 정당 RN에서 일한 당원 급여 지급 등에 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를 통해 르펜이 800만유로(약 140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2025년 3월 1심은 검찰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르펜에게 징역 2년형과 더불어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했다. 이 가운데 전자발찌 부착 및 가택 연금 형태의 징역은 형이 확정돼야 비로소 집행이 이뤄진다. 반면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은 1심 선고와 동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르펜은 즉각 “법원이 가장 유력한 정치인의 대권 도전을 무산시키려고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며 항소했다.

 

프랑스 대선은 오는 2027년 4∼5월 실시된다. 4월 1차 투표에서 과반 당선인이 없으면 최상위 득표자 2인이 5월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가린다. 현재로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르펜은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2017년 5월 취임해 연임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은 3연임 금지 조항에 따라 2027년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선 르펜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힌다. 앞서 2012년, 2017년, 2022년 세 차례 대권에 도전한 마린은 모두 낙선하긴 했다. 그러나 2022년의 경우 마크롱과 나란히 결선에 올라 41%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RN의 양대 지도자인 마린 르펜(오른쪽)과 조르당 바르델라.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르펜을 대신해 RN 대표를 맡고 있는 30세의 바르델라는 르펜의 대권 도전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본인이 RN의 대선 후보로 나설 작정이다. 게티이미지

르펜이 대통령이 되려면 일단 7일로 예정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무조건 깨져야 한다. 다만 100%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프랑스 정가와 법조계의 시각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검찰이 최고 법원인 파기원(破棄院·우리 대법원에 해당)에 상고할 길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파기원의 최종 판결은 대선 이전인 2027년 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되든지 르펜으로선 ‘사법 리스크’를 넘어서기 힘들어 보인다.

 

르펜과 RN 지도부는 르펜의 대권 도전이 끝내 물건너가는 경우에 대비해 ‘대타’로 조르당 바르델라(30) 현 RN 대표가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바르델라는 극우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긴 하지만 나이가 너무 젊고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대 상임이사국 중 하나이자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한 프랑스 국가원수 자리가 30세 청년에게 넘어간다면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질 것이 뻔하다.